오피니언 사설

한·EU FTA 타결 … 이젠 동북아 ‘FTA 허브’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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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사실상 타결됐다. 글로벌 불황으로 잔뜩 움츠린 우리 수출에 가뭄 속의 단비다. 한·EU FTA는 미국에 이어 우리가 거대 경제권과 두 번째로 맺는 FTA다. 27개 회원국과 세계 최대의 역내 시장(2008년 GDP 18조3000억 달러)을 보유한 EU는 우리에게 중국 다음의 두 번째로 큰 수출시장(2008년 수출액 580억 달러)이기도 하다. 우리가 생산성 제고로 한·EU FTA에 적극 대응한다면 총생산은 5.5%, 일자리는 29만 개가 늘어난다고 한다.

한·EU FTA는 우리의 ‘중상주의 국가’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큰 기여를 할 게 틀림없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은 수출 확대에만 열을 올리고 수입 개방에는 미온적이라는 인상을 줘 왔다. 아울러 세계 경제위기와 함께 꿈틀대는 보호주의의 확산을 저지하는 데에도 한몫을 하게 될 것이다.

다른 지역과는 달리 EU와의 FTA에 대해선 국내 관련 업계의 반발이 심하지 않다. 국회 비준까지 비교적 순조로운 마무리가 예상돼 다행스럽다. 그렇다고 수입 확대에 따른 피해나 구조조정 압력이 우려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특히 금융·법률 등 서비스 산업에서의 EU의 국제경쟁력은 미국을 능가하고 있다. 낙후한 우리의 서비스 산업이 한 단계 뛰어오르는 자극제가 될 수 있도록 민간 업계의 경쟁력 제고와 정부의 규제 개선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한·EU FTA는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하는 여타 FTA를 가속시키는 촉매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마지막 관문인 국회 비준 단계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한·미 FTA를 비롯, 마지막 협상 단계에서 좌초돼 몇 년째 잠자고 있는 한·일 FTA, 그리고 일부 부문 때문에 협상이 진척되지 않고 있는 한·중 FTA 등에 좋은 자극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성과를 토대로 여타 거대 경제권과의 FTA 체결에 더욱 박차를 가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러한 노력들이 쌓이면 한국이 동북아의 ‘FTA 허브’로 우뚝 서는 날도 머지않으리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