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난리 끝내자]제기능 못하는 하수처리시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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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이번에도 홍수피해는 하수관에서 시작됐다. 막힌 하수관으로 빗물이 역류했고, 연쇄적으로 주택이 침수됐다.

서울시는 최근 하수관 1천60㎞의 실태를 조사해 "평균 5m에 1곳이 불량하다" 는 사실을 밝혀냈다. 시는 이를 기초로 총연장 9천7백㎞에 달하는 하수관의 45%를 보수할 계획이다.

그러나 서울시 1개 구청당 년간 하수관 사업비는 5억~10억원 정도로는 하수관 확장은 소폭에 그치고, 준설도 2~3년에 한번 정도 하는 수준이다.

때문에 "정치인 구청장이 눈에 안보이는 땅속 인프라에 관심을 둘리 없다" 는 주장이 나온다.

대 (大) 용량 하수처리장도 문제다. 서울엔 중랑.탄천.난지.가양등 4곳에 총시설용량 1일 5백81만t 규모의 하수처리장이 있다. 일본 동경도의 18개 하수처리장의 평균용량 1일 41만톤을 훨씬 웃돈다. 특히 가양처리장은 1일 2백만톤처리로 세계 최대 규모다.

하수처리장을 크게 지으면 톤당 건설비.운영비는 적게 든다. 그러나 처리장과 하수 발생원 (源) 사이의 하수관망 길이가 길어져 관리하기 어려워진다.

또 하수처리장을 지천 (支川) 하류에 설치하면 중.상류는 건천 (乾川) 으로 변해 집중호우때 하류수위를 빨리 불어나게 한다.

만약 중랑천 상류에 하수처리장을 건설했다면 방학천.당현천.우이천등에 건기에도 맑은 물을 흐르게 할 수 있다.

결국 소규모 하수처리장을 지천상류에 다수 건설해 관리하기 힘든 하수관망 길이를 줄이고, 자연형 하천을 복원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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