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점 가격파괴 더는 못본다”납품 제조업체 발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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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월마트의 '파격세일' 을 시발로 E마트 등 할인점 업체들이 치열한 가격전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제조업체들이 납품중단 등 강력 대응을 선언해 유통.제조업체간의 힘겨루기로 비화되고 있다.

마크로 간판으로 영업중인 월마트가 세일 대표품목으로 내놓은 대우 29인치 TV를 납품한 한국신용유통측은 13일 월마트측에 "납품가격보다 싼값으로 계속 판매할 경우 거래를 중단할 수도 있다" 고 경고했다.

신용유통측은 "해당 TV는 단종 품목으로 월마트가 재고물량을 처분하는 차원에서 세일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납품가보다 싸게 판매함으로써 제품 이미지를 손상하고 다른 정상적인 제품 거래를 해칠 수 있어 이같은 조치를 취했다" 고 밝혔다.

LG생활건강측도 "유통업체의 출혈경쟁은 결국 제조업체에 가격인하 압력으로 행사되고 이것이 산업 전반을 위태롭게 하는 악순환을 가져온다" 며 "지나친 가격경쟁 유도업체에 대해서는 물건 공급을 끊는다는 방침을 세웠다" 고 말했다.

그러나 중소 생필품 제조업체들은 구매력이 큰 대형 할인점업계에 물건을 납품하지 못할 경우 당장 큰 타격이 예상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할인점에 아이스크림을 납품하고 있는 B사의 관계자는 "3천9백원에 팔리던 아이스크림이 하루만에 9백원 떨어진 3천원에 팔리는 것을 보고 놀랐으나 유통업체측이 아직 납품가 인하를 요구하지 않아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고 말했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13일 "최근 월마트와 E마트가 가전제품 및 생필품들의 가격을 파격적으로 낮춰 판매, 기타 유통업체들을 경쟁에서 부당하게 배제하고 있다는 혐의를 포착했다" 며 "빠른 시일 안에 자료제출을 요구할 계획" 이라고 밝혔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상품 및 용역을 원가보다 현저하게 낮은 가격으로 공급, 경쟁사업자를 배제하는 경우 '부당염매행위' 로 제재할 수 있도록 돼있다.

양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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