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니 리] 북한의 강경정책, 진정으로 노리는 것은 무엇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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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이뤄진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와 관련, 오바마 행정부는 이번 미사일 발사가 북한을 더욱 더 고립으로 이끌 것이라고 경고했다. 오바마 행정부가 아마 모르는 것은 ‘고립’이 바로 북한이 원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최근 북한의 계속되는 강경한 태도에 대한 일반적인 견해는 북한이 새로 취임한 미국 오바마 정부의 ‘관심의 대상’이 되고 싶어한다는 것이고, 북미양자대화를 이끌어내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상하이 동지대학(同济大学) 한반도연구센터 주임 추이즈잉 (崔志鹰)교수도 이렇게 보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이미 오마바 행정부의 대북특사인 스티븐 보즈워스의 방북제의를 거부하는 등, 미국으로부터의 여러차레 대화제의를 거부하였다. 미국쪽에서 대화를 하겠다고 한 것이었는데, 북한이 오히려 거부를 한 것이다. 이는 미국과의 협상보다 뭔가 더 중요한 것이 북한내부에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최근 베이징에 열린 안보회의에 참석하러 온 일본의 안보전문가 테츠오 코다니는 사실 북한이 원하는 것은 후계자문제를 외부의 간섭없이 진행하기 위한 ‘고립’이라고 했다. 북한의 강경정책은 ‘우리를 가만히 내버려두라’는 신호라고 했다.

“북한은 자기들이 핵실험을 하고, 미사일을 발사하면 오바마 행정부 내의 북한과의 대화를 지지하는 온건파의 입지가 좁아지고, 강경파가 득세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핵실험을 하는 등 강경하게 나오면 북한에 대해서 국제사회의 제재가 들어가고 그러면 6자회담도 열리지도 않게 된다. 6자회담은 현재 북한이 유일하게 국제사회와 접촉하는 통로다. 그게 끊기고, 북한은 원하는 '고립'을 통해서 국내현안에 '올인'할 수 있다.”

베이징 인민대학 국제관계학과의 스인홍 (时殷弘) 교수도 이점을 지지한다. “북한의 강경정책의 주요원인은 북한내부의 문제 때문이다. 지금 그들은 매우 어렵고 민감한 후계자 문제를 진행하고 있다”라고 했다.

이 점은 스콧 스나이더 아시아재단 한국지부장도 동의한다. 북한이 제2차 핵실험을 진행하고 난 뒤 그는 본인과의 대화에서 “북한이 강경정책으로 노리는 주요 정치적 목적은 외부적인 것이 아니라 내부적이다. 오바마정부에 영향을 끼치려는 것은 부차적인 목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이 갑자기 악화됨에 따라 후계구도 문제가 더욱 절박하고 되었고, 북한의 강경정책은 그 후계자문제가 충분히 준비되지 않았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스인홍 (时殷弘) 교수는 북한의 가장 센 권력기관인 국방위원회에 김정일에 충성하는 심복들을 4월달에 임명한 것도 후계자로 낙점되었지만 아직 나이가 어린 김정운을 이들이 잘 보살필 수 있도록 소위 ‘섭정 위원회’를 만든 것이라고 하며 “북한은 후계자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전략적 유연성을 국제사회에 보여주기 힘들 것이다”고 내다 보았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고립을 원하는 또 한가지 이유로 90년대 초 동유럽 붕괴와 이번 이란 대통령 선거 등에서 소위 외부세력에 의해서 혁명이 발생하거나, 소위 ‘regime change’가 발생하는 것을 북한이 걱정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후계자구도를 굳히는 이 중요한 시점에서 북한은 체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외부세력을 줄이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북한은 최근 IAEA핵 사찰단을 추방했고, 소위 북한내부에 자본주의의 영향을 확대하여 ‘color revolution’의 위협이 될 수 있는 개성공단에도 ‘브레이크’를 걸었다. 스탠포드대학의 대니얼 스나이더 교수는 “북한은 후계자구도를 굳히는 과정에서 개성공단을 위협으로 본다”고 했다

결국, 후계자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 북한은 계속해서 강경정책과 보수정책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고 이들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써니 리

※중앙일보 중국연구소가 보내드리는 뉴스레터 '차이나 인사이트'가 이번 124호부터 외부 필진을 보강했습니다. 첫 객원 필진은 중앙선데이에 중국 관련 기사를 싣고 있는 써니 리가 참여해주셨습니다. 중국과 관련된 칼럼을 차이나 인사이트에 싣고 싶으신 분들은 이메일(jci@joongang.co.kr)이나 중국포털 Go! China의 백가쟁명 코너(클릭)를 통해 글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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