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과 채권 사이 … 부도만 안 나면 고수익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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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호 26면

채권은 재미없다? 꼭 그렇지는 않다. 이자가 연 20%에 달하는 채권도 있다. 채권은 안전하다? 그것도 아닐 수 있다. 발행 회사가 살아있는 한 그렇다. 그러나 회사가 망하면 어림없다. 최악의 경우 투자금을 모두 잃을 수도 있다.

돈이 되는 금융상품 - 글로벌 하이일드 채권 펀드

하이일드(high yield) 채권 얘기다. 채권치고는 ‘고수익-고위험’ 상품이다. 투기등급채권이라고도 불린다.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S&P 기준으로 ‘BBB’ 이하나 무디스 기준 ‘Baa’ 이하의 낮은 신용등급을 가지고 있어 투자적격채권보다 높은 부도 위험을 보이지만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를 지급한다. 최근 운용사들이 잇따라 글로벌 하이일드 채권 펀드를 내놓으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경기 회복 국면에서 인기
금융위기 이후 안전 자산인 국채와 우량 회사채로 시장 자금이 몰렸다. 상대적으로 위험한 하이일드 채권은 외면을 받았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미국 국채와 하이일드 채권의 스프레드(금리 격차)는 20%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최근에는 시장이 안정되면서 스프레드는 10%포인트 선까지 축소됐다. 그러나 과거 평균 스프레드가 5.5%포인트인 것을 감안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프랭클린템플턴 채권운용그룹의 베시 호프먼 매니저는 “경기 회복세가 이어진다면 스프레드가 축소되면서 하이일드 채권 가격도 상승, 높은 투자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이일드 채권의 가장 큰 투자 위험 요소인 기업의 부도율 전망도 긍정적이다. 슈로더투신운용은 당초 2010년에 부도율이 최고 20%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최근 진행되는 구제 프로그램을 감안하면 비율이 떨어질 것으로 낙관한다. 무디스는 2010년 4월 부도율이 8%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한다. 호프먼 매니저는 “하반기 은행과 금융 시장이 안정세를 찾아가면서 부도 위험은 점차 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일드 채권은 경기 침체기에서 회복기로 전환되는 시기에 좋은 성과를 거뒀다. 푸르덴셜투자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2000년대 초반 경기 침체 이후 회복기에 하이일드 채권 펀드의 수익률은 주식보다 먼저 반등했고, 2003년 수익률은 29.0%로 주식(26.4%)보다 높았다. 하반기 경기 회복을 예상한다면 지금이 하이일드 채권의 투자 적기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반대로 하반기 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신용 위험이 부각되면서 기업 부도가 속출하면 큰 손실을 볼 수도 있다.

분산 투자 측면에서도 하이일드 채권에 투자할 만하다. 하이일드 채권은 주식이나 국채, 이머징 시장 채권 등 다른 자산군과 따로 움직인다. 슈로더투신운용에 따르면 최근 25년간 미국 S&P500지수와 하이일드 채권 간의 상관계수는 0.55에 그친다. 0에 가까울수록 별개로, 1에 가까울수록 비슷하게 움직인다는 의미다. 갈수록 글로벌 증시 동조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하이일드 채권이 좋은 분산 투자의 수단이 될 수 있다. 이런 이유 등으로 1998년 2000억 달러에 못 미치던 전 세계 하이일드 채권 시장은 지난해 90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했다.

편입한 채권의 신용등급 따져야
최근 국내에 출시된 전 세계에 투자하는 하이일드 채권 펀드는 4가지다. 얼라이언스번스타인·프랭클린템플턴·슈로더·블랙록자산운용 등에서 출시했다. 모두 2000년 전후 출시된 역외펀드를 편입한 재간접 펀드다. 환율 변동에 따른 투자위험을 없애기 위해 대부분 환헤지형으로 출시됐다. 슈로더투신운용의 펀드는 환헤지·환노출형 가운데서 선택할 수 있다.

이들 역외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20%를 웃돈다. 그러나 1년 수익률은 모두 마이너스다. 채권 펀드의 수익률이 마이너스라는 의미는 펀드에 편입한 채권의 발행 회사가 부도가 났다는 의미다. 슈로더투신운용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위기로 많은 한계 기업이 문을 닫으면서 하이일드 채권의 평균 수익률은 -26.2%로 추락했다. 따라서 하이일드 펀드에 가입하겠다면 투자설명서를 통해 어느 신용등급의 채권을 얼마나 편입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또 펀드가 사들인 채권이 신용등급별·지역별로 잘 분산됐는지도 살펴야 한다.

역외펀드 가운데선 얼라이언스번스타인자산운용의 펀드가 수익률 변동폭이 크다. 연초 이후 지난달 말까지 29.1%의 수익을 올렸지만 1년 수익률은 -9.6%다. 다른 펀드와 달리 신흥 시장 채권에 대한 투자 비중이 크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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