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에 매장 꾸미고 ‘입소문 투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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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4일 오후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 부근. 정차된 45인승 리무진 버스 안을 사람들이 신기한 듯 기웃거렸다. 버스 외관엔 홈쇼핑과 인터넷몰을 운영하는 CJ오쇼핑의 바뀐 기업이미지(CI)와 로고가 크게 그려져 있다. 내부는 옷가게를 연상케 하는 구조다. 고객들은 버스 안에 들어와 진열된 30여 가지가 넘는 옷 중 원하는 것을 골라 피팅룸에서 입어보고, 버스 내부에 설치된 화장대와 대형 거울에 자신을 비춰봤다. 독특한 구조의 버스, 눈에 띄는 CI가 소비자 사이에서 화제가 되도록 해 입소문을 퍼뜨리려는 포석이 깔려 있다. CJ오쇼핑의 버스는 앞으로 계속 서울·경기 지역의 유동 인구가 많은 번화가와 대학가, 휴가철 해변을 돌며 ‘움직이는 광고판’ 역할을 하게 된다.

내부를 화장품·의류 매장처럼 꾸민 CJ오쇼핑의 리무진 버스에서 한 여성 고객이 립글로스를 바르고 있다. [CJ오쇼핑 제공]


한국존슨 그레이드는 가구 업체인 BIF 보루네오와 손잡고 보루네오 매장에 자사의 액자형 방향제인 ‘크리스탈 로맨스’를 설치했다. 가구를 보러 오는 주 고객들이 예비 부부들이라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이들이 가구를 보면서 액자형 방향제의 향기를 체험하고, 입소문을 내주기를 노린 전략이다.

입소문 마케팅이 불황을 맞아 똑똑해지고 있다. 단순히 인터넷을 이용해 후기를 퍼뜨리거나 대규모 행사를 하는 전략에서 소비자들에게 먼저 다가가고, 특정 고객층을 노리는 쪽으로 발전하고 있다. 화장품 브랜드 키엘(Kiehl)은 직접 화장품을 써본 고객이 입소문을 내줄 것을 노려 보통의 백화점 입점 화장품보다 샘플을 3배 정도 더 뿌리고 있다. 샘플 크기는 다른 브랜드보다 작은 5mL짜리를 기본으로 한다. 대신 샘플의 종류는 100여 가지에 달한다. 키엘은 이 같은 방식으로 올 상반기에 지난해 상반기보다 44% 늘어난 매출을 올렸다. 롯데백화점 내 화장품 브랜드 중 2위에 해당하는 실적이다.

우수 고객에게 발송하는 안내용 우편물(DM)에 고가의 화장품 샘플을 부착해 보내기도 한다. 롯데백화점은 5월 백화점 우수 고객 50만 명에게 보내는 DM에 에스티로더의 에센스 제품 샘플(2mL)을 부착했다. 덕분에 해당 제품의 판매율은 20%가량 높아졌다. 기다리는 동안 공짜 도넛을 준다는 입소문으로 화제를 모았던 도넛 브랜드 ‘크리스피크림’은 최근 무료 마케팅을 커피 구매 고객에게까지 넓혔다. 커피 같은 음료만 사면 공짜로 도넛 한 개를 제공한다. 한 달 팔리는 460만 개(개당 1200원)의 도넛 중 60만 개가 공짜로 나간다.

유명인들이 착용했다는 입소문으로 매출 증가를 노리는 PPL(제품간접광고)은 유명 연예인을 전속모델로 쓰던 방식에서 일부 아나운서들에게 의상과 소품을 협찬해 주는 방식으로 똑똑해지고 있다. 아나운서들이 연예 프로그램에 대거 출연하면서 노출 빈도는 높아진 반면 협찬 비용은 연예인보다 낮기 때문이다. 여성복 브랜드 ‘it Michaa(잇 미샤)’가 이 같은 방식으로 PPL한 의상들은 다른 옷보다 두 배 이상 팔리며 올 상반기 18% 매출신장률을 이끌었다.

롯데백화점 영패션MD팀 최순식 과장은 “불경기에는 대부분의 업체가 긴축재정을 하기 때문에 샘플 제공, 무료 강좌 등을 이용한 입소문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펼치게 된다”며 “소비자는 무료로 제품을 사용하고, 유통업체는 적은 비용으로 매출을 늘릴 수 있어 서로에게 이익”이라고 말했다.

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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