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학전 여성국극'진진의 사랑' 3일 막올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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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지하철1호선' , '모스키토' 등 번안 록뮤지컬 제작에 주력해온 극단 학전이 이번에는 여성국극을 내놓는다.

4일 소극장 학전블루에서 막을 올리는 '진진의 사랑' (이정섭 구성.연출) 은 요모조모 새로운 여성국극. 5.60년대 국극전성기를 주름잡던 '진경여성국극단' 의 간판스타 김진진 (본명 김인수) 이 실명 그대로 출연하는 이 작품의 주인공은 어쩌면 국극 그 자체다.

아버지를 여읜 진진이 이미 국극스타였던 이모 임춘앵의 호된 꾸지람속에 창과 춤을 배우는 장면은 물론 김진진의 실화. 그러나 왕자.태자를 단골로 연기하는 여배우를 같은 여성 단원이 흠모하는 사연, 전통예술이 아니라는 이유로 국극공연이 국립극장 대관을 거절당하는 사연은 모두 여성국극의 보편적인 역사를 함축해 보여준다.

김진진이 본래 연출자 이정섭에게 제안했던 것은 '무영탑' , '햇님달님' 등 왕년의 여성국극 레파토리를 한데 모은 하이라이트공연. 전통적인 서울반가 (班家) 식 음식솜씨와 사근사근한 말씨로 유명한 이정섭은 12세 무렵에 이미 50여편의 국극을 보고 연기자의 길을 결심했던 국극매니아다.

그 중에도 김진진이라면 출연작.배역.무대를 줄줄이 외울 정도. 87년 국립극장에 국극 재기 무대를 마련, 여러 편의 국극을 직접 연출하기도 한 그는 60년대 들어 국극이 쇠퇴한 이유를 "당시는 올렸다 하면 터졌고, 그러다 보니 아무나 다 국극을 무대에 올려 지리멸렬해졌다" 고 잘라 말한다.

지리멸렬의 양상은 90년대 들어서도 다시 반복됐고, 김진진의 제안을 들은 그에게는 달리 떠오르는 바가 있었던 모양이다.

몇해전 "한번 해보고 싶다" 고 언뜻 뜻을 비췄던 후배 김민기와 의기투합, 제작에 들어간 '진진의 사랑' 의 처음 제목은 '진진의 죽음' .실제 '진진의 사랑' 은 대중적으로는 TV와 영화에 밀리고, 예술적으로는 창극만한 대접을 받지 못하는 와중에 외로이 여성국극을 고집하던 김진진이 숨지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여성국극을 다시 살리는 길은 죽어 거듭나는 길 밖에 없단 뜻일까. '진진의 사랑' 의 출연진은 임춘앵 역의 이옥천과 김진진 등 다섯 배우를 빼고는 젊은 진진 역의 황연희를 비롯, 모두 20대로 세대교체됐다.

노장 다섯 배우는 "창극이 오페라라면 여성국극은 오페레타나 뮤지컬" 이라는 말로 여성국극이 되살려야할 우리것, 그 중에도 쉽고 대중적인 것임을 주장한다. 학전이 꿈꾸는 '한국적 뮤지컬' 과 맥이 닿는 대목이다.

9월13일까지. 02 - 763 - 8233.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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