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 인터뷰]국민회의 한화갑 원내총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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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국민회의 한화갑 (韓和甲) 원내총무는 여권내 실세중의 실세다. 총무를 노리던 당내 3선 의원군 (群) 을 제쳐놓고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이 재선의원인 그에게 원내사령탑을 맡길 정도로 신임이 두텁다.

요즘 그는 국회의장 선출과 국무총리 임명동의안 처리문제를 눈앞에 두고 있고 정계개편과 당내 분위기 쇄신책 마련 등으로 눈코 뜰새 없이 바쁘다.

그는 일정을 쪼개 인터뷰에 응하면서도 "이 때문에 한나라당 의원 두 사람은 못 만나는 셈이니 책임지라" 며 농 (弄) 을 잊지 않았다.

-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3일 국회의장 선거는 자신 있으십니까.

"자신 없다고 써주세요. 한나라당을 자극하면 안되니까요. "

- 그 말씀은 자신있다는 얘기로 들립니다. 한나라당 표를 15표 정도 끌어올 것이라고 장담하는 사람도 있던데요 (그는 최근 비공개 당내 대책회의에서 표점검 결과 15표를 흡수할 수 있다고 말 한 적이 있다) .

"아직 정확한 점검을 안해봤습니다만 그렇게야 나오겠습니까. " (그의 얼굴을 보면 거짓말은 금방 탄로난다. 표정이 지나치게 굳어있거나 얼굴색이 붉어지기 때문이다)

- 사실 원내 제3당에서 국회의장을 배출한다는 것은 의정사상 유례없는 일 아닌가요.

"원내 제3당이 아닌 공동여당에서 의장을 배출하려는 것으로 이해해 주십시오. "

- 여권의 의장후보인 박준규 (朴浚圭) 의원의 재산축적 문제에 대해 이런 저런 얘기들이 나오는데요.

"1백% 만족할 수 있는 인물이 어디 있겠습니까. 솔직히 지난 대선에서는 표 중심으로 영입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개혁성향이 다소 부족한 인물들은 표를 들고 와 승리에 공헌했습니다."

- 韓총무는 원칙론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때문에 여야협상에서 어려움은 없었습니까.

"총무가 되고난 뒤 비타협적 경향을 보이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야당 총무의 의견이라도 합리적이면 당론과 달라도 수긍하고 양보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새로운 관행을 필요로 하는 시기입니다.

과거와 달리 야당에 줄 당근 (정치자금이나 자리) 이 없습니다. 원칙도 필요한 시기라고 봅니다. "

- 당내에서 재선 총무라 해서 탐탁지 않게 여기는 시각도 있지 않습니까.

"그런 얘기가 있다고들 합니다만 듣지 않은 걸로 하려고 애씁니다.

제게 대통령의 뜻이 실렸기에 동료 의원들이 총무로 선출해준 것이라는 점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 야당에서는 '국민회의 원내전략은 대통령이 직접 지휘한다' 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데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한나라당이 요구한 자유투표에 의한 국회의장 선출방식을 수용하겠다는 것도 내가 대통령께 말씀드린 겁니다."

- 경제는 어려운데 국회는 마냥 공전되고 있어 비판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우선 심려를 끼친 데 대해 국민께 사죄드립니다. 다만 국민에게 진상을 제대로 홍보하지 못한 점은 아쉽습니다. 한나라당이 비리연루 혐의를 받고 있는 의원 한명의 검찰소환을 막자고 계속해서 임시국회를 열어놓아 비생산적 국회란 비난을 자초하지 않았습니까. 원내소수로 개혁을 주도하려고 하니 여당으로서 한계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

- 정계개편을 하시겠다는 얘긴데요. 국민이 투표로 만들어 놓은 여소야대를 여대야소로 바꾸려는 것이 정당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까.

"15대 국회 출발이 여소야대였습니다. 그것을 당시 여당이 억지로 여대야소로 만들었습니다. 한나라당은 그런 얘기를 할 자격이 없습니다."

- 과거 여당이 인위적 정계개편을 한 것이 잘못이라면 지금 여당이 그렇게 하는 것도 문제가 있지 않습니까.

"김대중대통령이 취임 초기에 야당에 'IMF상황을 극복할 때까지 6개월이나 1년만이라도 도와달라' 고 그렇게 호소하지 않았습니까. 지금 국민에게 물어보면 정계개편을 하라는 쪽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 정치권 사정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습니다만.

"정경유착의 고리는 확실히 끊어야겠지요. 노동계와 시민단체에서는 구조조정 차원에서 정치권의 비리척결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과거문제보다 지금부터 잘하자는 쪽에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법무부장관에게도 '확실한 물증이 드러나기 전에는 정치권 연루설을 흘리지 않도록 해달라' 고 요청했고 확답을 받았습니다. "

- 여당총무로서 강한 야당과 취약한 야당중 어느 쪽을 선호하십니까.

"지금상태의 야당보다 지도력을 갖춘 야당을 기대합니다. 그래야 협상도 되고 정치력도 발휘될 것 아니겠습니까. "

- '준비된 대통령에 준비 안된 여당' 이란 말을 들어보셨습니까.

"당내 리더십이 확보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겠지요. 국민회의도 이제 여당 연습기간에서 벗어나 확고한 여당으로 탈바꿈해야 할 것입니다.

당에서도 능력으로 경쟁하고, 개혁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들이 전면에 나서는 풍토가 돼야 합니다.

지구당위원장들도 경쟁력을 갖춰 당장 선거가 실시되더라도 당선될 정도가 돼야 할 것입니다."

- 정치개혁 문제도 흐지부지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각계에서 구조조정을 하는데 정치권은 무풍지대라는 지적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무작정 국회의원수를 줄이는 것이 능사가 아닙니다.

정치인이 국민에 대한 봉사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를 놓고 따져야 할 것입니다."

- '리틀 DJ' 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동교동 가신이란 이미지가 강한데 이제 정치적으로 홀로서기를 시도해야 할 때가 되지 않았습니까.

"나는 대통령께서 재임기간중 훌륭한 업적을 남기시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족합니다. 그 이후의 문제는 생각지 않고 있습니다. "

- 동교동 사람들의 정치적 지향점은 무엇입니까.

"지난 6.4지방선거 때 동교동 사람인 김옥두 (金玉斗) 의원이 경기지사 선거를 지원하러 갔습니다.

임창열 (林昌烈) 후보가 그에게 선거비용을 건네주자 金의원은 '나는 대통령 때문에 여기에 왔지 당신 때문에 온 게 아니다' 면서 받지 않았답니다.林지사가 선거 후에 고맙다고 하면서 이 얘기를 전해줍디다. 우리는 金대통령을 돕는 사람은 누구를 막론하고 도울 겁니다. "

만난 사람=김두우 정치부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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