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시 가은읍 '마을이 내려 앉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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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경북문경시가은읍왕릉리가 내려앉고 있다' . 이곳 주민들은 밤마다 '쿵' 하는 소리에 "지반이 또 꺼지는 소리 아니냐" 며 밤잠을 설치기 일쑤다.

석탄 채굴이 한창일 때 파놓은 이곳 저곳의 지하갱도가 폐갱상태로 방치된 탓이다.

◇주민 불안 = 주민 배종환 (裵鍾煥.56.G떡집) 씨는 하루하루가 불안하다.

1~2년에 한번씩 가게 주변이 쑥쑥 내려앉고 있기 때문. 95년 5월에는 가게앞 아스팔트 도로 (지방도 913호.왕복 2차로) 3m가 깊이 20㎝정도 내려앉았다.

96년 5월에도 가게에서 10m정도 떨어진 곳의 공터가 가로 1.5m.세로 2m 크기로 5m나 푹 꺼졌다.

裵씨 가게앞 도로 50여m 구간은 금이 쩍쩍 간 곳이 10여 군데에 이른다.

裵씨는 "30여년 전부터 지반이 꺼지는 크고작은 함몰사고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며 "이는 지하 폐갱도가 거미줄처럼 널려있기 때문" 이라고 말했다.

H식당 주인 김명록 (金冥錄.59) 씨도 목소리를 높인다. "우리집은 허공에 떠있어요. 지하에서 캔 석탄을 퍼올리던 '고구치' (수직갱의 입구) 위에 집이 앉아있어요. " 2천여명의 주민들은 모였다 하면 땅이 꺼지는 얘기를 한다.

폐광지역 개발을 위해 결성된 가은읍민자유치위원회 김성환 (金聖煥.60) 위원장은 "폐갱도 현황을 정확하게 파악해 하루빨리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 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대책 = 석탄산업합리화사업단은 민원이 빗발치자 한국자원연구소에 의뢰, 사고지점인 913번 도로를 따라 96년 10군데에 구멍을 뚫고 지반조사를 했다.

사업단의 배봉구 (裵鳳九.43) 광해복구부장은 "지하 폐갱도 등을 정밀조사, 동공을 메우는 작업을 벌이겠다" 고 밝혔다.

그러나 주민들은 "언제 조사를 마치고 예산을 확보해 안전대책을 마련하겠느냐" 며 못믿겠다는 반응들이다.

◇전문가 의견 = 영남대 이영휘 (李永徽.토목공학) 교수는 "폐갱도를 메우는 방법은 시멘트를 주입하는 그라우팅공법 등이 있지만 폐갱도가 지표면에 가까이 있거나 동공이 엄청나게 많을 경우 메우기가 쉽지 않다" 며 "이럴 경우 주민 이주도 고려해야 한다" 고 경고했다.

영남취재본부=송의호.홍권삼.조문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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