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세 ‘바람의 딸’ 한비야씨 이번엔 공부에 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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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바다는 노련한 뱃사람을 만들지 못한다죠. 인도적 지원에 관해 보다 전문적이고 이론적인 바탕을 쌓으면 더 큰 일을 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한비야씨가 8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에세이 출간 기념 간담회를 열었다. [연합뉴스]


‘바람의 딸’ 한비야(51)씨가 잠시 한국을 떠난다. 미국 보스턴의 터프츠대학교에서 인도적 지원 석사과정을 공부하기 위해서다. 예정은 일 년 반. 국제NGO 월드비전의 긴급구호팀장,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등 베스트셀러 저자, 한국YMCA가 선정한 ‘젊은 지도자’, 네티즌이 만나고 싶은 사람 1위 등 화려함과 명성을 뒤로하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것이다.

8월 10일 출국 예정인 그가 8일 오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 19층에서 기자들과 만났다. 에세이집 『그건, 사랑이었네』(푸른숲) 출간을 기념하는 자리였다.

“현장에서 일하다 보니 이론과 현실이 동떨어졌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많았어요. 전문적인 식견을 갖추면 좀더 큰 일을 할 수 있으리란 생각에 유학을 결심했죠. 다시 산을 오르려 신발끈을 묶는 기분이에요.”

본인 말처럼 ‘야(野)성’이 두드러진, 그다운 선택이지만 부담은 없을까. 그는 “설사 학위를 받지 못한다 해도 귀국을 막을 사람도 없지 않으냐”는 농담으로 받아넘겼다.

“성공 여부는 자신이 받아들이기 나름이죠. 무슨 일을 하다가 실패해도 안 한 것보다는 한 것만큼 얻지 않겠어요?”

이같은 도전 정신과 낙관주의는 그의 여덟 번째 저서 『그건, 사랑이었네』에도 그대로 담겼다. 그런데 분위기가 예전 책과 사뭇 다르다. 청소년들의 꿈과 희망을 키워주는 내용은 같지만, 활동가로서의 면모가 강했던 이전 저서와 달리 자기 속내를 털어놓는 이야기들이 담겨서다.

“손님을 집에 초대해 찻잔을 사이에 두고 이야기하듯 써내려 갔어요. 사실 부끄러운 맨얼굴까지 드러내는 것 같아 어색하기도 했지만 책으로 나오고 보니 가장 마음에 드네요.”

책에는 20여 년 만에 첫사랑을 만난 일을 적은 ‘첫사랑 이야기’처럼 일기장을 그대로 옮긴 내용도 있다니 그럴 만하다.

젊은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물었더니 첫 장 ‘난 내가 마음에 들어’를 읽어 보란다. “공부를 못 해도, 취직을 빨리 못 해도, 모두 사랑받아 마땅한 이들이라는 사실을 일깨우고 싶었어요. 어른들에게는 아이들에게 실패할 기회도 주고, 실패하면 따뜻하게 응원해 줘야 한다는 걸 알려주고요.”

책 인세 일부를 월드비전에서 운영하는 세계시민학교에 기부할 예정이라는 한비야 씨. “돌아올지, 또는 돌아와서 뭘 할지 등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50대에도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에 있는 저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오지여행가, 구호활동 전문가로 인생 이모작을 마치고 삼모작을 준비하는 그는 여전히 씩씩했다.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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