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 명창 '得音'입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판소리 명창들이 요즈음 잇따라 산으로 떠나고 있다. 여름이 1년중 폐활량을 키우고 득음 (得音)에 필수적인 자연의 기 (氣) 를 흡수하기에 가장 좋은 계절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세속을 벗어나 높고 깊은 산 물 맑은 곳을 찾아 목을 가다듬고 소리공부에 정진하는 판소리계의 '산 (山) 공부' 는 보통 보름 정도 계속된다.

성창순 (成昌順.64.서울서초구잠원동) 명창은 제자 20여명과 함께 지난 26일부터 명당으로 소문난 경기도 포천 산정호수 주변 사찰인 자인사로 들어갔다.

이들은 오전 6시 구성진 가락과 창으로 산사의 아침을 연다. 서로 소리를 주고 받으며 오전에 5시간 정도 공동수업을 한다.

오후엔 계곡.폭포수 밑에서 목청껏 소리를 지르며 4~5시간씩 독공 (獨功) 을 한다. 폭포 물소리보다 자신의 소리가 커지면 득음한 것으로 간주된다.

전남 광주의 이임례 (李任禮.57) 명창도 지난 23일부터 소리를 배우는 대학생 16명을 이끌고 장성군 수연산에 들어갔다.

李명창은 "산 속에선 웬만해서 목이 안 쉬고 머리도 아프지 않다" 며 입산 공부의 매력을 설명한다.

20대 초반 대구 팔공산에 들어가 1백여일의 독공 끝에 득음한 경력이 있는 趙통달 (55) 명창은 문하생들과 함께 30일부터 익산시금마면동고도리의 옛 왕궁터 주변에서 산 공부에 들어간다. 또 이일주 (李一株.63) 명창은 다음달 1일부터 진안 마이산으로 보름동안 산 공부를 떠날 예정이다.

전주 = 장대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