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혈 사태 되풀이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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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중국에서 소수민족 시위와 유혈 진압이 연례행사처럼 반복되고 있다. 1990년 이후 유혈 사태는 20여 차례나 벌어졌다. 중국 정부는 “일부 반체제 세력의 선동에 의한 독립운동이며 폭동”이라고 비난하면서 강경 진압을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전문가들은 독립보다 아직도 남아있는 소수민족 차별정책이 더 큰 시위의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이번 우루무치 유혈 사태는 광둥(廣東)성의 한 완구공장에서 비롯됐다. 공장에서 일하던 위구르인들이 한족 여성을 강간했다는 헛소문으로 한족들의 공격을 받은 2명의 위구르인이 사망했고, 급기야 대규모 소요로 확산됐다.

중국이 서부 대개발을 하면서 신장지역 경제는 급속히 발전했지만 위구르인들은 혜택을 받지 못했다는 불만도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꼽힌다. 중국 정부는 지난 10여 년간 신장지역 경제발전을 위해 수백억 위안을 쏟아부었다. 그 결과 신장지역 국내총생산(GDP)은 2004년 2200억 위안(약 40조원)에서 지난해는 4150억 위안으로 늘었다. 그러나 경제발전 혜택은 대부분 한족에게 돌아갔다. 홍콩 과학기술대의 배리 사우트만 교수는 “신장지역 내 주요 국영기업에서는 위구르인들에게 채용자격조차 주지 않는 경우가 많고, 일반 회사 임금 역시 한족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 특히 급속한 경제발전에도 대졸 위구르인들은 직장을 구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5일 신장위구르에서의 시위를 주도한 사람들도 대부분 20대 위구르 대학생과 청년들이었다.

지난해 3월 티베트에서 벌어진 시위도 지역 내 모든 경제적 혜택을 한족들이 독차지하고 있는 데다 티베트인에 대한 인권탄압까지 겹쳐 일어났다는 게 중국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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