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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다, 인생 2모작 프로젝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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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우리 회사는 2005년 경기도 안산에 세워진 연매출 30억원 규모의 반도체·LCD 검사장비용 부품 제조업체다. 요즘 취업난이라지만 우리처럼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은 필요한 인력을 구하는 데 애를 먹어 왔다. 대학에 사람을 보내 달라고 요청해 보기도 했고, 직업훈련원을 통해 직원 채용에 나서기도 했다. 지자체에서 주최하는 구인구직 만남의 날 행사에도 가 봤다. 하지만 구직자의 눈높이가 너무 높은 것 같았다.

야간 근무를 해야 한다는 이유로, 보수가 적다는 이유로, 경기도에 있다는 이유로 열에 아홉은 취업을 거부하고 돌아섰다. 심지어 어떤 구직자와는 출근하기로 약속을 한 뒤 기계까지 들여놨는데 갑자기 전화를 끊고 잠적해 버린 적도 있다. 관리자급을 채용할 때도 고생이 심했다.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회사여서 회사 업무 전반을 믿고 맡길 사람이 필요했지만 좀처럼 구할 수가 없었다. 알음알음으로 물어도 보고, 추천도 받아 봤지만 하나같이 우리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눈높이가 높았다.

그러던 차에 6월 20일자 중앙일보에서 ‘지금은 하프타임, 후반전 남았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게 됐다. 직장에서 퇴직한 중장년층이 새 일터에서 인생을 다시 시작해 보겠다는 의지를 밝힌 내용이었다. 대기업 부장 출신의 경력을 살려 인생의 후반전을 중소기업에서 관리자로 뛰고 싶어 하는 박광수씨의 사연을 읽고 ‘이 사람이다’ 싶었다. 기사에 등장한 박씨의 사연을 보니 그가 쌓은 경험뿐만 아니라 눈높이도 우리 회사가 찾고자 했던 인재였기 때문이다.

중앙일보에 연락해 박씨를 면접했다. 박씨는 우리 회사에 취업해 1일부터 관리 담당 상무로 일하고 있다. 구직자들에게 그들을 필요로 하는 일자리를 정확히 연결만 시켜 주면 퇴직한 40~50대도 얼마든지 취업할 수 있다는 점을 많은 사람이 알게 됐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기업에만 입사하려는 이들은 구직난에 시달릴지 모르지만 반대로 중소기업은 구인난을 겪는다. 사장시키기 아까운 경력을 가진 중장년층이 중소기업에서 새 삶을 살면서 회사 발전에 기여한다면 구직자와 중소기업 모두 윈윈하게 된다. 각종 구인구직 사이트가 넘쳐나지만 필요한 일자리와 그에 적합한 인재가 연결되기는 쉽지 않다. 서로 눈높이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중앙일보의 ‘인생 2모작 프로젝트’는 어긋난 눈높이를 맞춰 주는 좋은 모델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프로그램이 활성화돼 많은 구직자와 중소기업이 우리 회사처럼 꼭 필요한 인재를 찾을 수 있게 되면 좋겠다.

김승태 진흥CIT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