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장난감] 쌓고 무너뜨리고…놀다 심심하면 스스로 책을 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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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놀이도구로 활용하면 독서의 흥미를 유도할 수 있다. 남은화씨가 성주左·성욱 형제와 헌책을 활용해 놀이를 하고 있다. [황정옥 기자]

1단계  낡아서 잘 보지 않는 책으로

독서 경험이 없는 유아나 책에 전혀 관심 없는 아이에게는 책을 놀이 도구로만 활용한다. 도미노 게임, 집짓기, 징검다리 만들기, 퍼즐 맞추기, 탑 쌓기 등 책으로 할 수 있는 놀이가 많다. 단 헐어서 잘 보지 않는 책을 이용해야 아깝다는 생각 없이 편하게 놀이를 할 수 있다.

도미노 게임은 책 사이에 일정한 간격을 두고 한 권씩 세우는 놀이. 이때 어떤 모양을 만들 것인지 종이에 먼저 밑그림을 그린 후 진행하면 효과적이다. 창의력과 목표의식을 키우고, 책을 쓰러뜨리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동안 집중력과 주의력도 키울 수 있다. 점핑놀이는 책 여러 권을 준비해 책과 책 사이를 50cm 이상 간격을 두고 세워 그 사이를 뛰어넘는 게임이다. 일반 책 중에서 표지가 두꺼운 것을 선택해야 잘 쓰러지지 않는다. 아이의 수준에 따라 책 사이 간격을 조정하면서 변화를 주면 효과적이다. 하체 근력과 민첩성, 평형성 발달에도 도움이 된다. 볼링핀 대신 책을 세워 공으로 쓰러뜨리는 놀이도 할 수 있다. 집짓기 놀이도 한 가지 방법. 책 여러 권을 가지고 ‘누가 높이 쌓나?’ 가족대회를 진행한다. 이 연구원은 “아이의 목표의식을 자극하고 구조물에 대한 이해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 가족 간의 유대감도 커져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부평 기적의도서관 최지혜 관장은 “어려서 책이 장난감처럼 재미있으면 평생 친구처럼 가까이 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2단계  표지 그림 가지고 놀기

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지만 아직 책 본문을 읽기에 이르다 싶으면 책 표지를 보고 동물·식물·사람 등으로 분류하는 놀이를 한다. ‘분류’라는 수학적 개념을 익히고 그림에 대한 이해력을 키울 수 있다.

아이가 호감을 갖는 분야의 책으로 책 이름 완성하기 놀이를 해보는 것도 좋다. 예컨대 『빈집 탐험대』라면 야채 탐험대, 꿀벌 탐험대, 시장 탐험대 등으로 말을 바꾸면서 아이의 관심 분야에 대해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다. 분류 방법에 익숙해졌다면 도서관 사서나 서점 주인이 돼 서점 꾸미기 놀이도 해볼 수 있다. 공통점 찾기 놀이도 있다. 책 5~10권 정도를 모아놓고 표지 색깔, 크기, 두께, 그림 유형 등의 공통점을 찾는 것이다. 『쏘피가 화나면-정말, 정말 화나면』이라는 책에서는 ‘쏘피’ 대신 아이 이름을 넣어 말해 보면 아이가 화났을 때가 언제인지 엿볼 수 있다. ‘화나면’ 대신 울고 싶으면, 기쁘면 등의 다른 말 넣기 놀이를 통해 감정을 나타내는 어휘를 배울 수 있다. 어휘력과 창의력을 키우면서 독서로 유도하는 데 효과적이다.

놀이를 통해 아이 스스로 책을 펴볼 수 있게 유도할 수도 있다. 책의 어떤 부분이든 3~5번 정도 펴 각 페이지의 숫자 중 한 자릿수만 모두 더한다. 숫자가 큰 사람에게 가지고 있는 책을 준다. 열 번 정도 진행한 뒤 책의 양을 비교하는 놀이다. 이 연구원은 “숫자에 대한 학습도 자연스레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3단계  낱말 카드로 보물찾기

책에 친근함을 느끼기 시작했다면 내용에 접근해 놀이를 한다. 책에 나오는 낱말을 활용해 ‘낱말퀴즈’를 해본다. 예컨대 ‘ㄱ’으로 시작하는 단어를 책에서 누가 많이, 빨리 찾는지 등의 놀이다. 낱말 상상 놀이는 어휘력에 도움이 된다. 『제랄드와 거인』을 읽고 거인→걸리버→스모→농구선수 등으로 단어를 생각해 낱말 쇠사슬을 만들어본다. 낱말카드로 보물찾기를 해볼 수도 있다. 방안 구석구석 낱말카드를 만들어 숨겨놓고 시간 안에 찾은 낱말로 문장을 만들어 보는 것이다. 『책 잘 읽는 아이로 만드는 독서 놀이법』의 저자 이용씨는 “아는 낱말의 수가 적거나 이미 알고 있어도 그 뜻을 제대로 모르면 다른 사람의 말이나 글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림으로 상상하기는 그림을 보면서 관찰력을 기를 수 있는 놀이다. 책을 읽고 느낌이나 줄거리를 그림으로 그려보게 한다. 우선 내용을 시간 순서대로 그린다. 익숙해지면 시간 순서가 아닌 ‘의미구조’로 배치해본다. 예컨대 『흥부 놀부』를 읽고 욕심 많은 사람과 적은 사람으로 구분해 흥부네 가족과 그들이 한 일, 놀부네 가족과 그들이 한 일을 각각 다른 쪽에 배치한다. 한국독서교육개발원 남미영 박사는 “이런 활동을 계속하면 아이들은 읽으면서 공간적으로 배치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며 “이때 아이들의 기억 구조가 더욱 탄탄해진다”고 말했다.

그림 하나를 보고 이야기를 지어낸 다음, 다른 아이가 이야기의 앞뒤가 맞게 연결시키도록 하는 놀이도 할 수 있다. 이씨는 “고학년이 되면 통계표나 연표 등 정보를 주는 그림이 많이 나온다”며 “어려서 그림을 보고 글과 관계를 따지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글=박정현 기자
사진=황정옥 기자



자녀의 독서 흥미 키우려면

● 재미가 없거나 집중력이 떨어지면 페이지를 건너뛴다.

● 어느 정도 만족했으면 끝까지 읽지 않아도 된다.

● 반복해서 읽지 않아도 된다.

● 책이 아닌 전단지, 제품 설명서 등 무엇이든

읽어도 좋다.

● 주인공과 자신을 동일시한다.

●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책을 읽는다.

● 읽고 싶은 부분만 군데군데 골라 읽는다.

● 소리 내어 읽으면 기억에도 오래 남는다.

● 책을 읽고 난 후 아무 말도, 어떤 활동도 하지

않아도 된다.

● 책을 읽고 싶지 않을 때는 언제든지 덮는다.

● 헌책을 놀이 도구로 활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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