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당권 쥘까 못쥘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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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이회창 (李會昌) 이냐 아니냐' . 다음달말까지의 장기 레이스에 들어간 한나라당 당권경쟁은 결국 李명예총재가 총재자리를 따낼 것이냐 여부로 귀결된다.

본인이 강력한 의지와 함께 세 (勢) 확보에 나서고 있고, 현재로선 당내에서 가장 많은 지지세력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되는 주자가 그이기 때문이다.

李명예총재는 초.재선의원들을 기반으로 특정지역에 국한되지 않은 고른 지지를 받고 있다. 2백50여 지구당위원장중 현역의원을 포함, 대충 60명 정도의 확고한 지지를 확보한 것으로 관측된다.

그래서 경쟁자들도 1차투표에서는 李명예총재가 1위를 할 것이라는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렇다고 최종결과를 점칠 수 있는 상황은 결코 아니다.

현 상태로서는 누구도 1차투표에서 과반수의 표를 얻어 승리를 확정짓기가 쉽지 않다. 李명예총재가 주도하는 비당권파에게는 세대교체 바람이 특히 위협적이다.

'토니 블레어 그룹' 의 강재섭 (姜在涉).강삼재 (姜三載) 의원의 경선참여로 최대 기반인 영남지역이 흔들리는 상황이다.

두 姜의원은 대선때 李명예총재가 총무.사무총장으로 각기 수족처럼 데리고 있던 사람들이어서 타격이 크다.

이들까지 포함된 복잡한 대결구도 때문에 경선이 2차까지 가는 것은 분명한 현실이다. 그 경우 李명예총재로선 승리를 자신할 수 있는 상황이 못된다.

경쟁주자들이 뭉쳐 2위를 연합지원하면 얼마든지 뒤집기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같은 구도 때문에 조순 (趙淳) 총재나 이한동 (李漢東).김덕룡 (金德龍) 부총재, 그리고 이른바 토니 블레어 그룹 (徐淸源사무총장, 姜在涉.姜三載의원) 등 '반 (反) 이회창 주자' 들의 목표는 '1차투표 2위' 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2위를 확보하면 결승에서 역전승이 가능하다고 보고 2단계 연대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따라서 李명예총재쪽은 '대안부재론' 을 앞세운, 1차투표에서의 대세 굳히기가 최대 목표다.

다행히 김윤환 (金潤煥) 부총재와의 비당권파 연대는 金부총재의 국회의장 불출마 발언 이후 급진전되는 양상이다.

29일께 양 계보 소속의원들의 합동모임을 갖고 후보단일화를 선언하리란 전언이다. '정치적 이념과 목표를 같이하는 정책제휴' 임을 강조할 참이다.

하지만 金부총재와 강재섭의원 지지자가 상당수 겹치는 것도 이들을 어렵게 하는 부분이다.

李명예총재측은 이기택 (李基澤) 부총재쪽에도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응집력이 강한 최대의 캐스팅 보트 그룹이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힘든 경쟁을 하게 된 李명예총재에겐 종로 재.보선 출마거부에 따른 시비도 부담이 되고 있다.

김석현.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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