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 손해배상 첫 승소판결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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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제일은행 소액주주들이 전직 경영진의 부실경영 책임을 물어 제기한 국내 첫 주주대표 소송이 받아들여짐으로써 소액주주들이 경영진의 전횡에 맞서 자신들의 권익을 지킬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특히 회사를 부실로 몰고 간 경영진에 대해 형사처벌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거액의 민사상 책임을 물림으로써 "회사는 망해도 경영진은 산다" 는 관행이 뿌리째 흔들리게 됐다.

또 회사 소유주나 정부의 강압에 못이겨 과다대출 등 비정상적 경영을 묵인할 경우 모든 책임이 경영진에 돌아오기 때문에 '거수기' 라는 비난을 받아온 이사회의 권한과 역할이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이번 소송에서 원고측 소송대리인인 김석연 (金石淵) 변호사는 "이사들이 개인 재산으로 모든 손해를 물어야 하기 때문에 경영 투명성에 특히 기여할 것" 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철수 (李喆洙).신광식 (申光湜) 전 은행장이 한보특혜 비리와 관련, 각각 10억.4억원의 추징금을 선고받은 상태여서 배상금을 낼 능력이 없을 경우 달리 받아낼 방법이 없다.

그러나 판결 자체만으로도 다른 기업.은행들의 경영관행에 총체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이번 판결로 최근 재계 구조조정 작업과 맞물린 퇴출은행과 부실기업들의 소액주주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보여 재계와 금융권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5개 시중은행 퇴출로 7백70억여원의 주식투자금을 날렸던 82만명의 소액주주와 한보.기아 등 부실기업 소액주주들이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복.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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