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업체 대거 참여…치열해진 기아차 인수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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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기아.아시아자동차 채권단이 두 회사 부채의 절반 이상을 떠안을 정도로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한 것은 공개입찰이 무산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어차피 다 받을 수 없는 빚인 만큼 과감히 털어줘 손님을 끈 뒤 몸값을 높이자는 계산도 작용했다.

당초 채권단은 기아.아시아자동차는 총부채가 11조8천5백62억원에 달하지만 자산도 9조3천6백24억원이나 되기 때문에 1조원 정도만 깎아주더라도 크게 비싼 값은 아니라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국내외 입찰희망 업체들은 두 회사의 자산가치가 실제보다 훨씬 부풀려졌으며 현재 기아.아시아자동차의 경영상태로 볼 때 4조원 이상의 부채탕감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유찰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실제로 금융기관들이 기아를 실사 (實査) 해본 결과 분식결산 등으로 실제 자산가치가 당초 예상보다 훨씬 적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기존 입장만 고수할 경우 자칫하면 올해안에 기아.아시아자동차를 정리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판단이 채권단의 양보를 이끌어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날 채권단 회의에서는 '탕감 규모가 너무 크지 않느냐' 는 문제를 놓고 채권단 사이에서도 적잖은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탕감안의 골자는 부채 원금은 손대지 않되 지난해 7월 기아.아시아자동차의 부도유예협약 적용 이후 갚지 못한 이자와 계열사에 대한 지급보증 채무만 털어준다는 것.

또 남은 원금도 담보가 있느냐에 따라 2~5년의 거치기간에 파격적인 금리를 적용해 인수업체의 자금부담을 대폭 덜어주는 것으로 돼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부채를 절반 이상 탕감해준 것은 인수업체가 조속히 두 회사 경영을 정상궤도에 올려놓도록 하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 라며 "부채를 많이 깎아주면 응찰가가 그만큼 올라가기 때문에 두 회사를 헐값에 넘기는 것은 아니다" 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낙찰자 선정기준에서 응찰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30%에 불과해 상대적으로 낮은 응찰가를 써낸 업체에 낙찰될 수도 있고, 이 경우 특혜시비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인수조건이 이렇게 결정됨에 따라 기아.아시아자동차 인수전이 한결 치열해질 전망이다.

더욱이 입찰 참여업체가 당초 예상됐던 현대.대우.삼성.포드보다 많은 6~7개에 달해 의외의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커졌다.

또 이들 참여업체는 '단독 플레이' 보다 컨소시엄 구성을 적극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져 어떤 식의 '짝짓기' 가 이뤄질지가 이번 입찰의 최대관건으로 떠올랐다.

삼성은 이미 국내외 업체와의 컨소시엄 구성 의사를 밝혔고 대우는 현대에 컨소시엄 구성을 제안했으며 포드도 일본내 자회사인 마쓰다와 컨소시엄 구성 방침을 표명한 바 있다.

변수는 '익명' 을 요구한 외국 업체. 비공개 참여업체로는 이탈리아 피아트, 프랑스 푸조 - 시트로앵.르노, 스웨덴 스카니아 등 일부 유럽업체와 일본의 도요타 등이 거론되고 있는데 이들이 어떤 식으로 연합전선을 펼칠지가 주목거리다.

기아 낙찰자는 단순히 응찰가격만으로 결정되지 않고 ^기술^고용승계^수출 등 경영능력에 대한 종합적 평가 결과에 따라 선정되므로 컨소시엄이 어떻게 구성되느냐가 입찰 결과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대우.삼성 등 국내업체들은 모두 자금면에서 다소 부담을 안고 있기 때문에 어떤 '든든한 돈줄' 을 잡을지가 관심이다.

정경민.유권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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