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에서 본 북한산'을 보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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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4일자 중앙일보 1면에 실린 컬러사진 한장은 보는 순간 뭇 사람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 중앙일보 방북조사단이 개성에서 찍어 보낸 북한산 전경. 마치 지호지간 (指呼之間) 의 앞산 같다.

박석무 한국학술진흥재단 이사장이 그 감흥을 추스르며 글을 보내왔다.

어제 아침에 배달된 중앙일보 1면에 실린 천연색 사진 한 장! '북한산' 이라기보다 "아! 저게 삼각산이로구나!" 라는 탄성이 저절로 외쳐졌으니 어쩌란 말인가.

주말마다 오르는 북한산, 곳곳에 '삼각산' 이라는 표지판을 보면서 우리는 언제나 고개를 갸우뚱할 때가 많았다.

왜 삼각산일까. 그런데 이 사진 한 장은 우리에게 궁금증을 풀게 해주었다.

최고봉인 백운대를 중심으로 북쪽에는 인수봉, 남쪽에는 만경대가 자리잡은 '삼각산' 의 모습이 개성에서 찍은 사진에서 분명하게 드러나고 말았다.

그동안 사람들은 말했다.

"개성에서 보면 삼각산" 이라고. 사진 설명에서 보여주듯 1백20리 정도 떨어진 인수봉과 백운대는 개성에서 보면 손에 잡힐 듯 가깝기만 했던 땅. 어찌하여 분단의 세월은 그렇게 멀기만 한지! 한많은 반세기의 세월, 너무도 멀었다.

"동쪽으로 치솟은 세봉우리 하늘 속으로 꿰뚫었으니 오르기만 하면 북두칠성도 붙잡으리 바위로 쌓인 산의 정상 구름비만 내리게 할 뿐이리오 만세토록 내 나라 편안하게 보우하리니" (東聳三峯貫太淸, 登臨可摘斗牛星 非徒岩岫興雲雨, 能使邦家萬歲寧) 다섯 살의 신동 (神童) 매월당 김시습 (金時習.1435~93) 이 세종 (世宗) 의 명을 받고 '삼각산 (三角山)' 이라는 제목으로 지은 시다.

개성에 가서 찍었던 사진 한 장이 왜 동쪽으로 치솟은 산이냐라던 의문을 풀게 해주었으니, 남북이 합해져야만 우리나라의 역사적 의문점들이 모두 풀리겠다는 절박한 생각까지 자아내게 해준다.

그러한 천재시인이자 신동이던 김시습은 '삼각산' 시를 지은 공로로 세종으로부터 비단 50필을 하사받고 궁리 끝에 그것을 필마다 끝을 연결해 혼자 가지고 나오는 지혜까지 보여주어 천하에 이름을 크게 날렸던 것은 널리 알려진 일이다.

천재이자 충의의 사내 김시습, 그의 혼이 저 사진의 산에서 살아난다면 통일의 꿈도 이루고 IMF까지 극복할 민족의 혼도 살아나지 않을는지. 손에 잡힐 듯한 저 삼각산, 언제쯤 우리 모두 송악산에 올라 북한산의 삼각 모습을 역력히 바라볼 수 있을까.

박석무(학술진흥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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