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과거청산'진통…폭동조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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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수하르토 퇴임 이후 2개월이 지난 인도네시아가 주민들의 과도한 욕구분출로 흔들거리고 있다. 지방에서는 유지들과 행정 책임자들이 '수하르토 독재시절 권력과 유착해 부정부패를 저지른 원흉' 이라는 비난에 떨고 있다.

중국계 주민 상당수도 재연되는 폭동조짐에 이주를 서두르고 있다.

지난 7일 자카르타 외곽의 스레만에서는 7백여명의 주민들이 오토바이의 굉음을 울리며 개혁 슬로건이 적힌 붉은 깃발을 든 채 지방관청을 향해 돌진했다. 시위대는 부정부패를 저지른 지방유지들과 행정 책임자의 단죄를 요구하며 난동에 가까운 소동을 피웠다.

외신에 따르면 지난주 자바섬 자카르타 남쪽 보고르 인근 수하르토 소유의 트리에스 농장은 경제난에 시달리는 수백명의 농민들에 의해 '점령' 당했다.

이처럼 날로 험악해지는 시위.약탈대로부터 생명과 재산상의 위협을 느낀 지방유지나 관청들이 군에 신변보호를 요청하거나 개인 경호요원까지 고용하고 있다.

전전긍긍하는 또 하나의 계층은 3.5%의 인구로 인도네시아 경제의 3분의2를 장악해온 중국계 주민들. 인도네시아 제2의 도시 수라바야에서는 폭동 재연에 불안을 느낀 중국계 주민들이 수백명씩 떼지어 공항과 항구로 몰려들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지난 5월 폭동때 불탔던 자카르타 시내 리야드 거리의 중국계 상점들은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라 수리를 미루고 있는 곳이 많다.

정치권에는 두달만에 무려 35개의 신당이 출현해 극심한 난립양상을 보이고 있다.

과도한 욕구가 정당 등장을 부추기고 정당은 또 시위 등을 부추기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한마디로 정치.경제.사회 각분야가 통제불능 사태로 치달을 조짐을 보이는 것이다.

사태가 이렇게 되자 위란토 국방장관은 "개혁은 무제한이 돼서는 안된다" 며 경고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도 과도한 시위를 제한하는 법안을 마련중이다.

김국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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