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법 개정안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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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병무청이 20일 입법예고한 병역법 개정안엔 두가지 취지가 반영됐다.

사회생활을 못할 정도로 신체에 이상이 없는 한 대한민국의 남성은 예외없이 병역의무를 이행하도록 하되, 병역을 마친 사람은 그에 상응한 혜택을 준다는 것이다.

새 정부는 이미 사회지도층이 병역기피에 앞장서고 있다는 국민적인 의혹을 없애기 위해 지난 5월 병역면제 기준인 몸무게와 키를 대폭 강화하는 병역제도 개선안을 내놓았다.

'돈있고 힘있는 사람' 들의 자제들이 외국국적을 취득해 30세까지 해외에서 버티면 군대를 안가도 되는 병역면제 연령을 35세까지 올리기도 했다.

이번엔 병역의무자중 미귀국자에 대한 과태료를 현행 3천만원에서 5천만원으로 올렸다.

또 징병검사 등에서 질병이나 장애로 병역이 면제됐어도 나중에 병이 나아 본인이 희망하면 재검을 통해 입영할 수 있게 하는 규정까지 신설했다.

문제는 개정안중 병역의무에 대한 각종 혜택을 구체화할 경우 기업주나 여성단체의 반발이 만만치 않으리라는 것. 복무기간을 근무기간으로 산정하지 않는 기업주를 형사처벌하겠다는 규정은 월급조차 제대로 못주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는 경제여건 속에서 기업주들로선 쉽사리 받아들이기 어렵다.

병무청 관계자는 "공공기관에선 복무한 개월수까지 계산해 호봉으로 인정해주고 있다" 며 "처벌규정이 없기 때문에 일부 대기업들까지 이를 지켜오지 않았다" 고 지적했다.

그러나 지금보다 사정이 나았던 지난 95년 병무청은 호봉승급제도를 강제규정으로 하는 방안을 추진하다 당시 전경련의 반발로 철회한 적이 있다.

병무청은 입사 당시 복무기간을 호봉으로 인정받지 못했던 사원들에게도 이 규정을 소급적용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어 기업주들로서는 더더욱 부담스러워진다.

또 그간 여성단체들과 일부 여대에서는 공무원 채용시 군필자에 대한 가산점제도에 대해서조차 "취업기회의 균등을 보장한 헌법정신에 위배되는 성차별적 조항" 이라고 비판해온 점 등에 미루어 이번 개정안이 입법화되는 데는 많은 진통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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