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5회 초 2사’ 두 번의 비극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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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호 16면

선발투수에게 5회는 목숨과 같다. 그들은 5회를 넘기기 위해 마운드에 오른다. 5회를 채우는 것과 채우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오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가 아니다. 사느냐 죽느냐의 차이다. 그리고 천당과 지옥의 차이다. 선발투수가 5회 이상의 투구에 집착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그 기준이 곧 존재의 이유가 되기 때문이다.

이태일의 Inside Pitch Plus <116>

야구 공식 기록은 선발투수가 5회 이상 던져야 승리투수 자격을 준다. 그래서 앞서고 있는 선발투수를 5회 이전에 교체하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다. 특히 5회를 채우기 위한 아웃카운트를 한두 개 남겨 놓고 있을 때는 더욱 그렇다. 내려 보내는 선발투수에겐 상처를, 올려 보내는 두 번째 투수에게는 부담을 줄 수 있어서다. 그나마 성공하면 다행이지만 실패했을 경우 실리와 명분, 성적과 팀 분위기를 함께 잃어버리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LG 트윈스의 최근 경기에서 그런 상황을 두 번 볼 수 있었다. 6월 23일 히어로즈전과 7월 1일 롯데전이다. 비슷한 상황과 같은 결과였다. LG는 초반 리드를 잡았고 5회를 맞이했다. 그리고 선발투수가 그 ‘기준’에 아웃카운트 단 하나를 남긴 문턱, 5회 2사에서 투수를 바꿨다. 두 번째 투수는 공교롭게도 모두 정찬헌(19)이었다. 그는 1일 현재 팀이 치른 76경기 가운데 절반이 훌쩍 넘는 43경기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먼저 지난달 23일 히어로즈전. LG는 초반 타선의 폭발로 6-1로 크게 앞섰다. 그런데 선발 김광수는 타선이 만들어 준 쭉 뻗은 고속도로에서 시원스레 달려 주지 못했다. 그는 4회 강귀태에게 2점 홈런을 맞아 6-3으로 쫓겼고 5회 초 2사를 잡을 때까지 1점을 더 내줬다. 6-4였다. 5회를 채우는 데 아웃 한 개를 남겨 놓고 그는 이숭용에게 빗맞은 내야안타를 허용했다. 대기 타석에는 송지만이 있었다. 김광수의 투구 수는 77개였다. 김재박 감독의 선택은 투수 교체였다.

지난 1일 잠실 롯데전. 선발 정재복은 초반 투구 수가 많았지만 낙차 큰 변화구로 헛스윙을 유도하며 잘 버텼다. 그는 초반 페타지니의 3점 홈런을 등에 업고 4-1로 앞서 5회를 맞았다.

그러나 세 개의 아웃카운트는 쉽지 않았다. 2사 후 이대호에게 2타점 안타를 맞고 4-3으로 쫓긴 5회 2사 1, 3루. 김재박 감독은 이를 악물고 결단을 내렸다. 투수 교체였다.

LG는 두 번 모두 운이 따르지 않았다. 결과는 역전패였다. 마운드를 이어받은 정찬헌은 히어로즈전에서는 아웃카운트를 하나도 잡지 못하고 볼넷 두 개, 안타 두 개로 3점을 내주며 무너졌다. LG는 11-8로 졌다. 그리고 롯데전. 정찬헌은 계속된 2사 1, 3루 홍성흔 타석에서 폭투로 동점을 내줬다. 그리고 7회까지 잘 막았지만 8회 홈런을 맞았다. LG는 6-4로 졌다. 결과적으로 그 두 번의 승부에서 LG가 얻은 것은 없다. 성공한 선발투수는 없었다. 내일의 선발투수를 키운 것도 아니며 만족스러운 구원투수도 얻지 못했다. 서로 납득하고 이해하는 팀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도 아니었다. 명분도 실리도 모두 잃은 상처뿐인 결과였다.

아, 김재박 감독은 “선발투수도, 구원투수도 없다”고 말할 근거를 얻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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