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 첫 국가안보회의 소집]대북 햇볕 속도조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이 15일 취임후 처음으로 국가안전보장회의 (NSC) 를 주재한 것은 북한의 도발행위가 계속된 탓이다.

金대통령은 다음달초 회의를 소집, 임기내에 추진할 외교안보정책을 논의해 발표할 방침이었으나 무장간첩 사건 때문에 긴급회의를 연 것이다.

회의에서 金대통령은 단호한 모습을 보였다.

"북한의 도발은 결코 용납할 수 없고, 모든 수단을 다해 책임을 추궁할 것" 이라고 다짐했다.

지난달 북한 잠수정 침투사건이 발생했을 때 좀 지나치지 않느냐는 지적을 받을 정도로 햇볕론을 앞세웠던 그런 金대통령이 아니었다.

때문에 NSC에서도 분명한 입장이 나왔다.

의결서 채택을 통해 북한에 도발행위 시인 및 사과, 관련자 처벌, 재발방지 약속 등을 요구했다.

잠수정 침투사건때 '사과' 라는 말을 입에 올리지 않았던 정부의 미지근한 태도가 이번에는 싹 달라진 것이다.

정부는 이같은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단호히 대처할 것임을 천명했다.

박지원 (朴智元) 청와대 대변인은 "현재로선 기밀이라 밝힐 수 없지만 다각적 대응책이 준비돼 있다" 고 말했다.

강인덕 (康仁德) 통일부장관은 소떼를 북한에 보내는 일과 금강산관광.개발사업 재개를 위해서는 북한의 사과가 전제돼야 한다고 밝혔다.

북한이 계속 무장간첩 침투사건을 "모르는 일" 이라고 시치미를 떼거나 도발행위를 다시 저지를 경우 남북교류.협력을 보류하는 등 '햇볕정책' 에 중대한 변화가 생길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회의는 이렇듯 북한에 강력한 경고를 보내고, 국민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 주력했다.

金대통령도 "국민을 안심시키는 회의가 돼야 한다" 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金대통령은 햇볕론이 불변임을 거듭 확인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과거와 좀 다른 논리를 내세웠다.

햇볕론이 북한을 개방시킬 것이라는 낙관적 주장 대신 햇볕론이 북한에 두려운 존재임을 강조했다.

햇볕론을 지목, '너무 유화적' 이라는 항간의 비판을 의식한 때문이다.

"햇볕론이 북한을 이롭게 한다면 왜 북한이 가만히 있지 잠수정을 침투시키겠느냐" 는 金대통령의 언급은 북한이 아닌 우리 내부의 비판세력을 겨냥한 것이다.

金대통령은 "북한의 일거수 일투족에 일희일비해서는 안된다.

대북정책 3원칙을 하나로 묶어서 봐야 한다" 고 말했다.

이 역시 햇볕정책을 흔들려는 반대세력과의 싸움에서 지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분석이다.

이상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