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 정태수씨 아들 3,200만불 해외도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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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사정당국이 일부 대기업 총수 등의 재산 해외도피 혐의에 대한 수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전 한보그룹 총회장 정태수 (鄭泰守.수감중) 씨의 4남 한근 (瀚根.33) 씨가 계열사의 해외주식을 매각하면서 3천2백여만달러 (4백60억원 상당) 를 해외로 빼돌린 사실이 드러났다.

서울지검 외사부 (姜忠植부장검사) 는 13일 한보그룹 계열사인 동아시아가스개발㈜의 공동대표였던 정한근씨가 이 회사 보유의 러시아 루시아석유회사 지분을 매각하면서 우리 정부에 매각대금을 줄여 신고하는 수법으로 3천2백70만달러를 스위스은행으로 빼돌린 혐의 (특경가법상 재산 해외도피) 를 잡고 사전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지명 수배했다.

검찰은 또 이 회사의 전규정 (田圭正.40) 전 대표와 이필원 (李弼元.55) 상무.임종인 (林鍾仁.33) 전 기획부장 등 3명을 같은 혐의로 구속하고 해외 체류중인 김을수 (金乙洙.45) 부사장의 자진 귀국을 종용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鄭씨 등은 지난해 11월 러시아 석유회사 루시아의 주식 1천2백37만주 (지분 27.5%) 중 9백만주 (20%) 를 러시아 회사에 5천7백90만달러에 팔면서 3중 허위계약서를 만들어 유령회사인 머스틸사에 2천5백20만달러에 판 것처럼 신고해 차액을 스위스은행 등으로 빼돌린 혐의다.

鄭씨는 96년 8월 러시아 이르쿠츠크지역 천연가스 개발을 위해 3백억원을 투자, 동아시아가스개발을 설립했었다.

한편 林씨는 매각금액을 5천2백만달러로 鄭씨에게 축소 보고해 차액 3천2백70만달러중 2천6백80만달러만 예치시키고 나머지 5백90만 달러는 자신 (3백20만달러) 과 田씨 (2백70만달러)가 나눠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鄭씨는 한보사건으로 아버지 鄭총회장 소유의 동아시아가스 주식 6백만주가 모두 압류되자 지난 5월 스위스은행에 예치해둔 돈 가운데 2천1백만달러를 국내로 들여와 말레이시아 국적의 위장회사를 내세워 이 회사 주식 6백만1주를 사들여 경영권을 재장악하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신중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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