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이상한 슬픔, 이상한 따뜻함, 이상한 고독을 많이많이 만들어 퍼뜨려 주시길.”
『앨리스…』 역시 ‘이상한’ 이야기다. 10년 넘게 아파트 문 밖으로 한 발짝도 나오지 않는 한 여인이 있다. 여인은 현관문 아래쪽에 뚫린 우유 배달 구멍을 통해 마트 직원이나 같은 동 주민들에 의해 생필품을 공급받고 생활 쓰레기를 배출한다. 이런 사정을 모르고 여인의 맞은편 집인 306호로 독일어 번역가 민석이 이사온다. 다짜고짜 인터폰을 통해 이런저런 심부름을 시키는 여인의 정체가 궁금해 처음에는 몸살을 앓던 민석은 차츰 애정 섞인 호감을 갖게 된다. 알고 보니 여인에게는 지독한 정신적 상처가 있었다.
결국 세상이 두려워져 은둔을 자처한 것인데, ‘앨리스’라는 닉네임으로 불리기를 원하는 여인은 인터폰을 통해서나마 바깥 세상과 소통하려 한다는 점에서 상태가 극단적이지 않다. 때문에 소설은 어둡지 않다. 인물들의 튀는 대화, 장씨의 만만치 않는 독서량이 드러나는 문장도 읽는 맛을 더한다.
지난달 25일 전라도 광주에서 서울을 찾은 장씨는 “끊임 없이 손 내밀어도 대답은 없는데 계속해서 손 내미는, 그런 얘기를 쓰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앨리스의 아파트처럼, 고립된 공간을 떠올리면 소설적 상상력이 활발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장씨는 “말하는 게 귀찮아질 정도로 방에 틀어박혀 책 읽고 글쓴다”고 했다. 휴대전화도 신용카드도 가져본 적이 없다는 장씨 본인이 앨리스를 닮았다.
글=신준봉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