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실패 주범은 에이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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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삼성경제연구소 김근영 수석연구원은 2일 ‘경영 실패의 주범: AIDS’ 보고서에서 기업의 경영 실패를 가져오는 요인을 네 가지로 분류해 제시했다. 여기서 ‘AIDS’는 이들 4개 항목의 영문 첫 글자를 딴 것이다.

첫 번째가 ‘과욕(Avarice)’이다. 통상 선두 기업들이 사업영역을 무리하게 확장하려다가 새로 진출한 분야는 물론 기존 부문의 경쟁력을 모두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미국 할인유통업계 선두를 달리던 K마트가 경쟁사의 추격에 다급해지자 사무용품 매장, 스포츠용품 및 서적 전문업체 등을 인수하며 사업을 지나치게 확장했다가 결국 월마트에 1위 자리를 내주고 2002년 파산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두 번째는 ‘타성(Inertia)’이다. 현재 경영 상태에 만족한 나머지 새로운 시장이나 경쟁자가 나타날 가능성을 간과해 위기를 자초한다는 뜻이다. 모토로라는 로밍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거액을 투자한 위성전화 서비스 ‘이리듐’이 실패한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휴대전화 ‘스타택’의 성공에 취해 이리듐 서비스를 중단하지 않는 잘못을 범했다고 김 연구원은 지적했다.

이 밖에 신제품이 고객의 인식까지 바꿀 것으로 기대하는 ‘착각(Delusion)’과 시장 여건이나 성숙도를 고려하지 않고 혁신만을 내세우는 ‘자아도취(Self-absorption)’도 실패를 부르는 요인으로 꼽혔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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