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열 파괴…대법원 개혁 신호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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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40대 여성인 김영란 대전고법 부장판사가 대법관(장관급)으로 제청된 것은 서열을 중시하는 인사관행을 깬 파격이다. 신임 대법관의 경우 서열이 가장 낮은 대법관보다 2~3년 후배 법관을 임명하는 게 관례였다.

김 부장판사는 사시 20회로 지난해 9월 임명된 사시 11회 김용담 대법관보다 무려 9년이나 차이가 난다.

대법원은 네 명의 후보 중 김 부장판사를 발탁하게 된 배경을 표면적으로는 사회적 소수와 여성 발탁을 통한 인적 구성의 다양화라고 설명한다.

민주화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등 재야 법조단체들은 법원 외부 인사를 대법관 후보로 줄기차게 추천했다. 대법원은 외부 인사를 대법관으로 제청하는 상황을 피하면서 민변 등의 반발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법원의 한 관계자는 "내부 인사를 제청하면서도 여성 등 마이너리티(소수자)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김 부장판사를 발탁함으로써 다양한 법조계의 목소리를 수용한 절묘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또 여성 대법관을 요구해온 여성계의 주장도 반영했다. 대법관이 대거 교체되는 내년에는 여성계의 요구가 더욱 커질 것에 대비한 포석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고법부장 판사 가운데 김 부장판사의 후배 기수에는 여성이 많지 않아 당분간 여성 대법관이 나오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이번 제청을 대법원 개혁의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참여 정부 출범 초기부터 청와대와 민변이 구상한'대법원 틀 바꾸기'가 구체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내년 9월 퇴임하는 최종영 대법원장의 후임도'파격'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내년 2~10월에 변재승 대법관 등 네명이 퇴임하고 2006년 7월에는 배기원 대법관 등 6명이 한꺼번에 옷을 벗게 된다.

조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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