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여왕 박세리]아버지 '현장응급지도' 주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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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오른쪽으로 휘어지는 5번홀 (3백92야드) .박세리의 드라이브샷은 너무 오른쪽을 향해 뻗었다.

볼이 나뭇가지를 맞고 러프에 떨어지는 순간 세리는 아버지 박준철씨를 쳐다봤다. 아버지는 수백명 갤러리 틈에 파묻혀 있었지만 세리의 눈은 그를 용케도 빨리 찾아냈다.

박씨는 무릎을 죽 펴고 오른팔을 겨드랑이에 바짝 붙이는 제스처를 취했다.

세리는 가볍게 머리를 끄덕거렸다.

세리의 드라이브는 이후 페어웨이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이번 대회에서 박씨의 '현장지도' 는 이처럼 큰 효력을 발휘하고 있다.

박씨는 18홀 내내 따라다니며 경기를 지켜보다가 때로는 제스처로, 때로는 은근한 속삭임으로 문제점을 알려주고 응급처방을 내리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의 가장 성공작은 첫 라운드 이후 퍼터를 바꾸도록 조언한 것. 이와 함께 피곤해서 머리고정이 잘 안된다고 보고 퍼팅리듬을 잃지 않도록 퍼팅시 반드시 마음 속으로 "원, 투, 쓰리" 를 읖조리도록 조언했다.

이게 그대로 적중했다.

박씨는 "세리와는 워낙 어릴 때부터 호흡을 맞춰왔기 때문에 경기하는 모습을 흘끗 쳐다보기만 해도 무엇이 문제인지 알 수 있다" 면서 "아마추어가 세계 일류선수를 이러쿵 저러쿵 지도하는 게 남들 눈에는 우습게 보일 것" 이라며 껄껄 웃었다.

실바니아 = 김동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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