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주를 열며]동성동본 금혼 유지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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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인성을 회복해야 된다는 소리가 드높은 이때 조상 누대로 상피 (相避 : 성손간에 혼인을 피함) 해 오던 불문율을 드디어 혼인할 수 있게 제도로 개정하자는 소리가 심상치 않게 들리고 있다.

동성동본으로 태어난 형제.숙질.조손간에 사돈을 맺고 부부가 되는 혼인을 해도 좋다는 말은 부끄러운 소리로 무시해도 좋을 말이다.

성씨가 다른 선남선녀가 하고 많은데 하필 동성동본끼리 혼인이라니 이는 패륜행위다. 조상님들이 깜짝 놀랄 일이다.

그렇다면 족보는 어떻게 지속되고 조상의 제사에 사돈간에 같이 참사한다면 혼령께서 흠향하시겠는가.

우리의 전래된 정서로는 납득이 가지 않는다.

외래 산업문화를 수용하면서 가치관의 전도와 제도교육의 윤리교양 부재 (不在) 로 이러한 참담한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우리 모두의 잘못을 뉘우치며 뼈아프게 반성하자. 금과옥조 같이 다듬어 물려주신 가르침을 낡은 것이라고 저버린 벌을 받는 것이며 조상의 충정을 모독하고 차세대에 패륜을 조장하는 행위는 지양돼야 마땅하다고 본다.

법.규정은 윤리도덕을 근거로 제정되는 것으로 동성동본 불혼 (不婚) 제도는 역사시대 모든 검증을 거쳐 그 당위성이 인정돼 물려진 제도라 보기 때문에 함부로 다루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나의 견해다.

민법이 제정된 이후 사실혼 관계에 있는 동성동본 혼인을 구제하고자 3차에 걸쳐 혼인에 관한 특례법 (77년 12월 31일 4천5백77쌍, 87년 11월 28일 1만2천4백43쌍, 95년 12월 6일 2만5천8백7쌍)에 의해 도합 4만2천8백27쌍을 구제한 기록을 볼 수 있다.

통계에서 보이는 바와 같이 국민의 절대 다수가 금혼법을 준수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극히 일부의 사람이 법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의 정서로는 위반한 사람을 다스리고 다수의 준법자를 보호해야 할 것이나 본건 처리는 위반자를 위한 보호경향이 보이므로 집행 논리에 물의가 있었던 것이다.

특례법에 의해 구제하려는 시도에서 언론매체나 학계.정계.종교계.사회단체간에 논란의 시비가 있으면서 문제 조항의 사회 인식도가 많이 제고됐으며 국민적 감정은 더 이상 왈가왈부를 중지했으면 하는 소리가 지배적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부존자원이 부족한 환경에서는 인적자원이 절대적 요인으로 우수한 두뇌와 건강한 체력자원이 전제돼야 함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인적자원은 출생을 통해 얻어지는 것으로 우생 (優生) 을 전제로 하며 동성동본출생은 열생 (劣生) 으로 기피한다. 타성 혼인이 우생의 절대 조건이라 조상이래 동성불혼 제도가 바로 이에 근거해 전통으로 확립된 사상이다.

우리에게는 이와 같은 불문율이 있었기에 영특한 인재가 끊임없이 배출돼 지구촌에 터전을 새롭게 닦아 세계 어느 곳에 가나 우리 민족이 없는 데가 없으며 가는 곳마다 근면.성실하게 잘들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조상에 대한 숭조심이 지극해 제사는 물론 산소 가꾸는 정성도 따를 민족이 없다. 부모에 대한 효심과 나라를 걱정하는 충정도 어느 민족보다 우수하다는 평을 받는다.

이는 오로지 조상 누대로 이어지는 전통 사상으로 모두 조상의 가르침의 지혜라 하겠다.

우리 민족의 뿌리 정신은 족보문화의 소산으로, 시조를 비롯해 대대손손 기록을 보존하고 있는 민족은 드물며 항렬 (行列) 제도를 만들어 이름을 항렬에 따라 지어주면 지구촌 어느 곳에 나가 살더라도 일가친척으로 수상수하를 분별하는데 쉽게 알 수 있어 족 (族) 의 증진에 도움이 된다.

이 모두가 조상님들의 슬기다.

조상님들의 자손에 대한 무한한 애정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우리는 전래의 제도를 따라야 한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머리좋은 민족이다.

모두 혼인을 통한 출산에서 얻어지는 결과로 동성동본 혼인은 좋은 자손 얻는 데 도움이 안됨을 재인식해야 한다.

가족법의 어지러운 조항은 바로잡아 본래대로 환원하고 정리할 책임은 국정에 있음을 지적해 두며 혼인적령기 세대에 또 다시 특례법 구제를 받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권오흥)

◇ 필자 약력 ^62세^민족문화추진회 고전국역 연수원^성균관대 경영대학원^인간문화재 석전 (釋奠) 대제기능 보유자 (현) ^내무부 지방공무원 교육원강사^수원명륜대강사 (현) ^보건복지부 가정의례심의위원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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