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간호사도 '실업몸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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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올해 전문의 자격시험에 합격한 姜모 (34.내과) 씨는 지난해 여름 지방 C병원으로부터 '레지던트 과정을 마치면 같이 일하자' 며 '입도선매 (立稻先賣)' 제안을 받았다. 그러나 최근 C병원은 "병원 형편이 어렵다" 며 "1년간만 무급으로 일해달라" 고 말을 바꿨다.

姜씨는 "취업.개업이 어려워진 의사들의 현실을 악용하는듯한 병원측의 처사는 밉지만 무조건 뿌리치기도 힘들다" 며 곤혹스러워했다. 취업에 관한한 '선망의 대상' 이던 의사.치과의사.간호사 등 의료인력들이 유례없는 실업대란을 겪고 있다.

◇의사 = 9일 대한의사협회에 따르면 올해 전문의시험에 합격한 3천46명 가운데 개원하거나 병.의원에 취업하지 못한 사람은 2천68명. 자신의 거취를 의협에 신고하지 않은 37명을 미취업자로 포함시킬 경우 취업률은 고작 31%에 불과하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이준구 (李俊九) 회장은 "개업하려 해도 2억원에 이르는 시설자금을 대부해주는 은행이 거의 없을 뿐 아니라 이자만큼 벌 자신도 없기 때문에 대다수 의사들이 진퇴양난인 상태" 라고 말했다.

◇치과의사 = 대한치과의사협회는 올해 치과의사 신규면허자 7백37명 가운데 취업자 (군입대 포함) 는 1백22명 (취업률 17%) , 레지던트 수료자는 2백90명중 1백97명이 취업 (취업률 68%) 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치협 관계자는 "올해 전체 치과의사 취업률은 34%로 IMF 이전의 치과의사 취업률 82%보다 크게 낮은 수준" 이라며 걱정했다.

◇간호사 = 대한간호협회는 올해 배출된 간호사의 취업률 (경기.전북.전남 등 4개 시.도 제외) 이 86%로 예년 (95% 이상) 보다 낮아졌으며 이중 1천9명은 취업후 대기발령중이어서 이를 제외한 실제 취업률은 68%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또 올해 병원 도산으로 3백27명, 정리해고 50명, 자연퇴직 6백91명 등 모두 1천68명 (4개 시.도 제외) 의 간호사가 실직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협회측은 지난 74년 이후 중단됐던 간호사 해외파견을 24년만에 재추진하고 있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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