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람] 책·강의로 투자체험 알리는 이선무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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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 이선무씨는 맏아들 구범(7.(右))군에게 체계적인 경제교육을 시킨 것으로도 유명하다. 구범군은 유치원 시절부터 토끼를 키워 팔아 해마다 30만~40만원을 벌었고, 이렇게 모은 종잣돈 150만원을 2001년부터 주식에 투자해 현재 1300만원대의 자산을 갖고 있다. [오종택 기자]

쳇바퀴 돌 듯 반복되는 업무에 시달리고, 그나마 언제 떨려날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조기 퇴직을 꿈꿔봤을 것이다. 문제는 '그 이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 만큼 돈이 있느냐다.

최근 '나는 15억 벌어서 35세에 은퇴했다'(원앤원북스)는 책을 펴낸 이선무(38)씨는 이 같은 보통 사람들의 꿈을 현실로 만든 사람이다. 그는 지방대(강원대 발효공학과)를 졸업한 뒤 한차례의 사업 실패, 해외봉사단(1993~95년) 활동을 거쳐 뒤늦게 직장(가평축협)에 들어갔다.

"월급은 적어도 안정된 생활을 꾸려가는 데 만족했죠. 그러다 외환위기가 터지자 직장에서 정년을 보장받지 못하리라는 위기감을 느꼈습니다. 가족의 생계에 대한 걱정으로 '경제 공부'를 시작했죠."

마침 직장에서 대출을 담당했던 이씨는 업무와 관련된 부동산 경매제도부터 꼼꼼히 파고들었다. 그 지식을 바탕으로 아는 이들과 돈을 모아 경매 물건을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방법으로 종잣돈 1억원을 만들었다. 종잣돈을 불리는 수단으로 주식을 선택한 그는 우선 워렌 버핏.피터 린치 등 대가들의 책을 사서 반복해 읽었다. 이를 통해 '미래 가치가 뛰어난 업종에 투자한다'는 등 금과옥조 같은 원칙을 배웠고, 그 원칙에 따라 99년 인터넷 관련주 두 종목을 사서 1년도 못 돼 6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남보다 한발 앞서 돈 되는 투자 수단을 선점한 게 비결이었던 것 같습니다. 운도 따랐지요. 하지만 부자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운 뒤 목표 달성을 위해 치열하게 준비하지 않았다면 결코 얻을 수 없는 행운이었습니다."

평생 가족을 먹여살리는 데 필요하다고 생각한 목표(15억원)에 도달하자(2000년) 이씨는 미련없이 직장에 사표를 던졌다.

"밥벌이를 위해 억지로 하는 일 말고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었거든요."

이씨가 원했던 일은 보통 사람도 노력하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널리 알리는 것이었다. 그래서 경제교육가로 변신해 지금까지 많은 기업체를 돌아다니며 자신의 투자 체험을 가르쳤다. 온라인 커뮤니티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http://home.freechal.com/richdadpoor)도 열었다.

경기도 가평에서 아내.세 아이와 함께 사는 그는 " 부동산.주식 등에 분산투자해 놓은 자산을 굴려 연간 5000만원가량의 수익을 낸다"며 "시골 살림이라 생활비가 많이 안 들어 사는 데 아무 지장이 없다"고 했다. "다만 남편이 아무런 사회적 지위가 없는 '실업자'란 사실을 아내는 달가워하지 않는 눈치"라며 웃었다.

신예리 기자<shiny@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jongt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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