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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가출 항해 스토리 <5> '낚시 타짜' 허영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굴업도를 떠나 선단여-울도-지도를 거쳐 선갑도 남쪽의 작은 만(灣)에 도착했습니다.

선갑도는 무인도입니다. 이 부근 해역에서 조업하는 어선들이 어구를 보관하는 낡은 창고 하나가 있을 뿐 섬엔 사람이 살지 않습니다.

선갑도는 해발 300m 가까이 되는데다 온통 바위로 이뤄져있어 산세가 제법 험준합니다.

"저기를 릿지 등반하면 꽤 재미있겠는 걸."

허영만 화백의 감탄에 능선을 바라보니 암봉들이 연이어져 있는데다 중간 중간 칼처럼 날카로운 나이프 릿지도 있어 과연 등반을 한다면 짭짤할 듯 합니다.

야영할 자리를 찾아 만의 이곳 저것을 탐색했지만 워낙 옹색해 적당한 곳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서쪽으로 약 30분쯤 돌아나간 곳에서 야영하기에 적당한 모래톱을 발견했습니다. 이번 항해는 모두가 낯선 곳이고, 정보 또한 부족합니다. 야영할 곳이 해결됐으니 한결 맘이 편해져서 저녁 찬거리를 위한 낚시질이 시작됐습니다.

수심계는 해저로 쏜 초음파의 반사 정보로 수심을 계산해 알려주는 전자항해장비인데 이게 완벽하진 않지만 어군탐지기의 역할도 합니다. 물고기가 지나가면 초음파가 반사되어 모니터를 통해 보이거든요. 수심계를 살펴보니 물고기가 제법 있네요.

집단가출 크루 중 낚시를 할 줄 아는 이는 허영만 선장이 유일합니다.

"잡을 수 있으려나?"

한 때 낚시에 푹 빠졌던 허선장이 짐짓 자신 없다는 투로 낚시를 드리웠고 크루들은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이를 지켜봅니다.

문자 그대로 중인환시(衆人環視).

허선장은 기대를 져버리지 않고 10분이 채 안되어 커다란 놀래미를 꿰어올렸고, 이후 5분 간격으로 세 마리를 더 잡았습니다.

우리 모두 "낚시계의 타짜"라며 환호했음은 물론입니다.

'낚시 타짜'는 회도 뜰 줄 알더군요. 갑판 위에서 능숙한 솜씨로 척 척 회를 뜹니다.

"이 나이에 내가 하리?"라고 했지만 허선장만큼 이 일을 잘하는 사람이 없으니 별수 없습니다.

정말 '허영만'이라는 사람은 보면 볼수록 다재다능하고 비범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송철웅 (레저전문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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