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고어]'파워 엘리트' 차기대선 최대맞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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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2000년 미국 대통령선거는 현 부통령인 앨 고어 (50.민주) 와 텍사스 주지사인 조지 부시2세 (52.공화) 의 대결로 압축될 전망이다.

대선이 아직 2년여나 남아 있음에도 벌써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른 것은 워싱턴의 정치분석가들과 호사가들이 저마다 이같은 관측을 내놓고 있는데다 각종 여론조사도 고어와 부시의 가상대결을 흥미있게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최근 조사결과로만 보면 일단 부시의 우세가 점쳐진다.

46% 대 42%의 근소한 차이다.

이는 여전히 인기있는 현 정권의 부통령이 대선에 출마할 경우 무난히 당선될 수 있다는 기존의 통념을 흔드는 조사결과다.

게다가 96년 빌 클린턴 대통령 재선 당시 고어를 지지했던 사람들 가운데 15%가 부시 지지로 돌아선 현상도 고어의 백악관 입성을 장담할 수 없게 하고 있다.

이에 고무된 듯 오는 11월 주지사 재선을 다짐하는 부시는 요즘 선거 캠페인에서 텍사스주 경계를 넘어 전국 공화당원들의 단결을 호소하고 있다.

그의 주변엔 벌써부터 인물과 돈이 모여들고 있는 실정이다.

부시의 아버지 조지 부시 전 대통령 밑에서 일했던 말린 피츠워터 전 백악관 대변인, 브렌트 스코크로프트 전 백악관 안보보좌관, 제임스 시코니 전 백악관 비서실차장 등이 부시의 주지사 재선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돕고 있다.

부시 자신도 전국의 공화당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역대 텍사스 주지사 가운데 연임된 선례가 없었다는 점을 들어 올가을 자신의 재선 승리를 통한 공화당의 대약진을 호소했다.

부시의 이같은 공세에 민주당은 텍사스 주지사 선거전에서 부시의 맞상대로 나설 소속당 개리 마오로 후보의 후원유세 및 선거자금 모금을 위해 클린턴 대통령 내외와 고어가 직접 일곱차례나 텍사스주를 방문했다.

부시의 대선 진출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는 백악관측의 절박한 입장을 읽게 해주는 대목이다.

만약 고어와 부시간의 대결로 미 대선이 이뤄진다면 많은 흥미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우선 비교적 젊은 50대 간의 대결이 그것이다.

또 고어의 아버지는 상원의원을, 부시의 아버지는 대통령을 지내는 등 두 사람 모두 막강한 정치인 집안 출신이며 서로가 아버지의 이름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학력에서도 고어는 하버드대를, 부시는 예일대를 졸업했다. 두 사람은 또 병역문제도 깔끔하게 처리했다.

고어는 육군으로서 베트남전 참가 경험을 갖고 있으며 부시는 텍사스주 방위군에서 공군 조종사로 근무했다.

다만 고어는 국민들의 관심을 집중시켜온 클린턴 대통령의 그늘에 가려 자신의 전공분야인 환경과 첨단기술.군축문제 등에서 경쟁력을 과시하지 못한 채 '영원한 2인자' 로 자리매김한 이미지가 유권자들을 식상케 하고 있다.

부시도 미 정치사상 재선된 적이 없는 텍사스 주지사 재선이라는 관문을 거쳐야 한다.

결국 미 대선의 그림은 오는 11월 부시의 주지사 재선이 확정된 이후 보다 명확하게 그려지게 될 전망이다.

워싱턴 = 길정우 특파원

부시 2세

▶텍사스주서 기반

▶예일大 졸업

▶텍사스주 방위 공군조종사

▶텍사스 레인저스 구단주

▶텍사스 주지사

엘고어

▶테네시주 출신

▶하버드大 졸업

▶육군·베트전戰 참전

▶환경·첨단기술 전공

▶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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