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까지 날아온 사막화 피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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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지난 4월 16일 오전. 중국 베이징 (北京) 의 하늘이 흙빛으로 변하더니 갑자기 황토비가 쏟아졌다. 2시간여 내린 이 비로 베이징은 마치 잿더미와 같은 회색빛의 흉칙한 모습으로 일그러지고 말았다.

비가 갠 뒤 집을 나온 사람들 모두가 놀랐다.

거리를 오가는 차량들은 모래와 흙더미를 반죽해 발라놓은 모습이었고 도시 전체의 건물은 마치 회색 물감을 덧칠해 놓은 듯한 황폐한 모습으로 변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날 내린 비는 바로 간쑤 (甘肅) 성 중동부지역과 내몽고 서부 등지에서 몰아닥친 강풍이 몰고온 것. 이 강풍으로 지표면의 흙과 모래가 수천m 상공으로 올라가 이동하면서 베이징에 잿빛 비를 뿌린 것이다.

중국을 사막화로 몰아넣는 주범중 하나가 이 강풍이다.

황허 (黃河) 중상류에 몰아닥친 수년간의 가뭄으로 지표면이 메말랐을 때 불어닥치는 강풍이 지표면의 부식토를 날려버리며 사막화를 부추기는 것이다.

이 강풍은 4월 16일 당시 신장 (新疆) 과 닝샤 (寧夏)에서 양쯔 (揚子) 강 하류까지 불어닥쳐 중국 전체의 절반에 피해를 줬다.

중국당국이 집계한 하룻동안의 경제 손실만도 3억2천2백만위안 (약 5백80억원)에 이른다.

베이징 = 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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