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는 '국회 원구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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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7.21 재.보선 선거전이 본격화하면서 15대 국회 후반부 원 (院) 구성이 선거 이후로 또 밀려날 것 같다.

한달 이상을 끌어온 원구성 협상이 선거운동 개시로 사실상 중단되게 됐으며, 따라서 극적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는한 원구성은 선거 이후로 넘어갈 공산이 커졌다.

이에 따라 42일째 미뤄온 국회의 '태업' 으로 2백64개 법률개정안과 10개의 동의안 등 화급한 일감은 한동안 처리가 어렵게 됐다.

예금자보호법.외환거래법.외국인투자촉진법 등 외환위기나 경제난 타개를 위한 시급한 법률들이 상당기간 다시 낮잠을 자게 된 것이다.

여야는 겉으론 "재.보선 기간이라도 물밑협상은 계속할 수 있다" 고 주장한다. 그러나 "선거운동 때문에 협상할 수 있는 여건은 더욱 나빠졌다" (韓和甲 국민회의 총무) , "선거운동에 매달리다보면 당론 수렴 등 협상은 어렵지 않겠느냐" (河舜鳳 한나라당 총무) 고 말해 사실상 원구성 협상이 물건너 갔음을 시사했다.

정균환 (鄭均桓) 국민회의 사무총장은 5일 "원구성이 지연되고 있는 것은 한나라당내 의견이 엇갈리는 등 자체정비를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 이라며 야당에 책임을 떠넘겼다.

이번 선거에서 여당이 4~5석을 건질 경우 여소야대 구도가 자연스레 허물어져 협상에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는 속셈이다.

한나라당이 협상을 밀어붙일 특단의 카드를 갖지 못하고 있는 약점도 계산된 듯하다. 반면 한나라당은 "다수당이 의장을 차지하는 것이 상식" 이라고 맞받아쳤다.

河총무는 "원구성 협상을 위한 TV토론을 여당에 제의해놨지만 뚜렷한 답변이 없다" 며 "여당에 재촉구하는 한편 방송사가 주도적으로 토론을 이끌어갈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하겠다" 고 여당을 압박했다.

여야는 또 설사 협상에 진척이 있다 하더라도 선거기간중 본회의를 열어 의장단을 선출하고 총리 임명동의안을 처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한나라당이 8.31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어 협상은 8월말 이후로까지 밀려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권 경쟁에 몰입하면서 일시적인 지도부 공백상태가 초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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