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론''전향제 폐지'에 여야 이념충돌 조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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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정부의 '사상범 전향제' 폐지방침이 정치권에 새로운 색깔논쟁을 몰고왔다.

북한잠수정 침투사건을 계기로 야기된 '햇볕론' 시비에 이은 본격적인 이념공방이다.

'자신감 있고 능동적인 대북 (對北) 정책기조' 를 표방한 여권의 잇따른 전진적 자세에 한나라당이 우려를 표하며 제동을 걸고 나섰다.

진보와 보수를 색채로 한 여야간 대립양상이다.

물론 여권내에서도 정부를 적극 지지하는 국민회의와는 대조적으로 자민련은 보수의 색깔을 잃지 않는 범위내에서 선택적 지지와 비판이라는 미묘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 국민회의 = 정치.경제.사회분야에 대한 金대통령의 개혁노선이 대북.인권정책 부분에서도 강력히 추진되는 데 대해 지지를 표시하고 있다.

잠수정 침투 사건에도 불구하고 햇볕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 대북안보태세를 강화하는 양면전략이야말로 최선의 선택이라는 입장.

이른바 '소떼 방북' 을 계기로 민간교류의 물꼬가 터지는 시점임을 들어 이같은 변화가 불가피함을 강조하고 있다.

박병석 (朴炳錫) 수석부대변인은 2일 사상전향제 폐지와 관련해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양심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보장한 획기적이고 전향적인 결단" 이라고 환영논평을 냈다.

그러나 대법원에 의해 이적단체로 규정된 한총련에 대한 사면론 제기 등 일각의 성급한 반응에 당혹감도 감추지 못하고 있다.

◇ 자민련 = 사상전향제 폐지방침에 '원론 찬성' 이라는 입장을 취하면서도 썩 내키지는 않는 듯한 모호한 분위기다.

보수정당을 자임해 온 터라 그대로 덮어둘 수도, 공동정부의 한 축으로 정부를 비판할 수도 없기 때문인 듯 어정쩡한 태도다.

당 논평을 통해 일단 "인권의 가치를 중시하는 국민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조치" 라며 "남북화해의 물꼬를 트는 데 일조하기를 희망한다" 고 밝히기는 했다.

햇볕론에 대해서도 기본기조에는 '양해' 하면서도 "철저한 안보관리가 병행돼야 한다" 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 한나라당 = 이한동 (李漢東) 총재대행 등 주요당직자들은 이날 오전 강경대응방침을 정하고 대여 (對與) 공세에 나섰다.

'공안파괴' '자진 무장해제' 등의 거친 표현을 동원했다.

전통적 지지기반이 보수중산층이라는 점을 의식한 모습이다.

김철 (金哲) 대변인은 성명에서 "한마디로 안보도 공안도 필요없다는 식의 어처구니없는 일" 이라며 "정부조치의 기조와 배경이 심히 의심스럽다" 고 공격했다. 북한잠수정 시신송환 문제 등에서도 '인도적 차원의 조건 없는 송환' 이라는 정부입장을 "불필요하게 관대하고 성급한 생각" 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당론과 배치된 일각의 신중론도 없지 않다.

젊은 개혁층에서는 "급진적으로 추진되는 감은 있으나 크게 보아 올바른 방향" 이라는 시각도 있다.

김석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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