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층 사정수사 재산도피에 초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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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사회지도층 인사 비리에 대한 사정당국의 수사가 이달 들어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사정당국은 지난달 19일 청와대에서 박주선 (朴柱宣) 법무비서관 주재로 국가기강확립 실무협의회를 열어 두달간의 사정착수를 공개 천명하고 내사를 벌여왔다.

사정당국의 한 관계자는 2일 "새 정부 출범 이후 최근까지 진행된 검찰의 지도층인사 비리 수사가 걸음마 단계였다면 지금부터는 태풍이 몰아치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 사정의 파장이 작지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그동안 청와대.감사원.국무조정실.국세청.안기부 등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수집돼온 지도층 인사들의 비리 첩보가 최근 공개사정 작업으로 전환되면서 검찰에 속속 전달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검찰 역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범죄정보관리과를 중심으로 자체 정보수집과 내사작업을 벌여와 지난달 말부터 사법처리 대상자들이 하나 둘씩 생기고 있다.

최근 서울지검 특수부가 뇌물을 받은 재경부.건교부 중견 간부들을 잇따라 구속한 것도 그중 일부다.

검찰 수사는 비리 여부의 확인이 비교적 쉬운 중하위직에서 죄질은 무거우나 증거확보가 쉽지 않은 고위직 또는 재계 등 지도층 인사들로 올라가고 있는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이 1일 범죄예방 자원봉사 한마음대회에 참석, '권력이나 재산을 가진 지도층이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한다.

이들이 비리를 저질러 국민으로부터 빈축을 사고도 어떠한 제재도 받지 않는다면 이치에 맞지 않는다' 고 말한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고 그 분위기를 전했다.

이에 따라 검찰의 수사방향은 ^고위공직자 비리^재계 등 사회지도층인사의 재산 해외도피^중하위직 공무원들의 업무관련 이권개입^청구그룹 사건과 연루된 정치권 인사 개입여부 등으로 압축되고 있다.

고위공직자 비리 수사는 전.현직 구분없이 진행되는 것으로 수사과정에서 의외의 인물이 걸려들 가능성도 있다.

"뇌물수수 등은 항상 먹이사슬처럼 얽혀지게 마련이기 때문에 수사과정에서 언제, 어디서, 뜻밖의 인물이 튀어 나올지 아무도 모른다" 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현재 검찰을 비롯한 사정당국이 가장 신경쓰는 부분은 일부 재계인사의 재산 해외도피 부분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IMF시대를 맞아 재산 해외도피에 대해서만큼은 단죄를 내려야 한다는 국민여론과 金대통령의 의지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 이 때문에 "안기부 해외조직까지 나서 관련정보를 수집중" 이라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모그룹 C회장.법정관리에 들어간 모그룹 K회장 등이 수사선상에 올라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서울지검은 직무와 관련해 중하위직 공무원과 정부투자기관 직원 30여명이 이권에 개입한 혐의를 포착,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정치인 비리와 관련, 청구사건이 '폭풍의 눈' 으로 작용할 수 있다" 고 말해 정치인 비리에 대한 수사가능성도 암시했다.

검찰은 또 퇴출은행 및 퇴출기업 경영진의 비리에 대해서도 은밀한 내사작업을 진행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신중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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