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음]유기천 전서울대총장 미국서 별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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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전 서울대 총장 유기천 (劉基天) 박사가 지난달 27일 오후5시30분 (현지시간) 미국 샌디에이고 소재 병원에서 심장수술 후유증으로 별세했다.

83세. 劉박사는 평소 자신의 전 재산을 후학들에게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미국에 보관중인 5천여권의 장서와 서울구기동 자택, 워커힐 부근 5층건물 등 약 30억원에 달하는 재산은 서울대 법대에 기증될 것으로 알려졌다.

제자 김찬진 (金贊鎭.한나라당) 의원은 "고인께서는 늘 제자들을 염려하시며 전 재산을 기증할 뜻을 자주 내비치셨다" 고 밝혔다.

劉박사는 평양 출생으로 일본 동경제대 법학부를 졸업한 뒤 미국 예일대에서 법학박사학위 (형법) 를 받았다.

46년 서울대 전신인 경성법학전문학교에 교수로 부임한 뒤 72년까지 서울대 법대 교수를 지내며 65~66년 서울대 총장을 역임했다.

劉박사는 71년 학생시위를 과잉진압하는 경찰에 대해 "백주에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횡행하고 있다" 고 비난하는 등 강도높은 대정부 비판 발언으로도 유명하다.

결국 이 때문에 72년 교수직을 물러나 도미 (渡美) 했다가 80년 '서울의 봄' 때 귀국, 서울대에서 강의를 하기도 했으나 5.17때 다시 미국으로 돌아갔다.

미국의 세계적인 형법학자였던 부인 헬렌 실빙 여사와는 93년 사별했으며 슬하에 자녀는 없다.

고인에 대한 고별예배는 15일 오전11시 서울대병원 교회에서 열린다.

02 - 3476 - 5599.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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