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등원하라” 이회창의 소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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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상임위 개최를 두고 기싸움을 벌인 29일, 의원 18명이 소속된 자유선진당은 류근찬 원내대표 명의로 성명을 발표했다.

“정치는 실종되고 국회는 식물국회가 돼 버렸다. 민생을 외면한 채 5~6개 등원 조건을 내걸고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국회에 들어갈 수 없다고 버티는 것은 국민을 볼모로 삼는 저급한 정략이라고 본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국회 정상화를 위해 노력을 기울여 줄 것을 거듭 촉구한다.”

6월 국회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선언도 이어졌다. 앞서 의원총회를 통해 중지를 모은 결과였다. 이날 자유선진당 의원들은 각자 상임위에서 목소리를 냈다. 기획재정위에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을 향해 재정 건전성 악화를 지적하기도 하고(임영호 의원), 법제사법위에선 민주당 소속 유선호 위원장에게 회의의 정상 운영을 촉구(조순형 의원)하기도 했다. 짝수 월 1일마다 국회를 열도록 돼 있는 국회법을 고수한 것이다.

이 같은 의원들 뒤에는 이회창 총재의 소신이 있었다. 그는 극한 대결을 벌이고 있는 한나라당과 민주당 사이에서 사안마다 원칙을 고수하는 논평을 내놓아 ‘정치권의 판관’으로 불려왔다. 이날도 이 총재는 스스로 모범을 보였다. 평택에서 열린 제2차 연평해전 기념식에 참석한 뒤 곧바로 국회로 와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 참석했다.

선진당의 전격 등원 방침에 민주당은 당혹해했다. 단독 국회 반대 명분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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