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제로’ 임창용, 선동열도 이승엽도 넘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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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프로야구 임창용(33·야쿠르트)이 팬 투표 1위 자격으로 일본 프로야구 올스타전에 참가한다. 한국 프로야구 선수 출신으로는 처음이다.

야쿠르트의 마무리 투수 임창용이 역투하는 장면. 임창용은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일본 팬투표를 통해 마무리 부문 1위로 올스타전에 참가하게 됐다. [중앙포토]

임창용은 일본야구기구(NPB)가 29일 발표한 2009년 올스타 팬 투표 최종 집계에서 29만9835표를 얻었다. 센트럴리그 마무리 투수 부문에서 여유 있게 1위를 기록, 7월 24일(삿포로돔)과 25일(신히로시마구장)에서 열리는 올스타전에 출전한다.

한 달간 진행된 팬 투표에서 임창용은 일본 최고의 마무리 투수 후지카와 규지(한신)와 엎치락뒤치락 접전을 벌였다. 지난주만 해도 2위였다가 최종 발표에서 재역전에 성공했다. 2007·2008년 올스타 마무리 1위였던 후지카와는 최종일에 나가카와 가쓰히로(히로시마·26만1659표)에게도 밀려 3위(20만4083표)로 처졌다.

◆선동열도, 이승엽도 넘었다=한국 프로야구 출신으로 일본 올스타 무대를 밟은 선수는 모두 4명이다. 선동열(1997년 주니치), 조성민(98년 요미우리), 구대성(2001년 오릭스), 이승엽(2005년 지바 롯데·2006년 요미우리) 등이다. 이들은 모두 팬 투표 1위가 아닌 감독 추천 선수 자격으로 올스타전에 나섰다.

해태 시절 ‘국보급 투수’로 칭송받았던 선동열은 일본 진출 첫해인 96년 정규리그에서 3세이브밖에 따내지 못했다. ‘국민타자’ 이승엽은 지바 롯데에 입단한 2004년 14홈런에서 멈췄다. 둘은 일본 진출 2년째부터 실력을 발휘했지만 외국인 선수라는 한계 탓에 인기 투표에서는 밀렸다.

하지만 임창용은 달랐다. 데뷔 시즌인 지난해부터 펄펄 날았다. 그해 임창용은 33세이브를 거뒀다. 선동열도, 이승엽도 일본 야구의 높은 수준과 낯선 환경에 고전했지만 임창용은 오히려 국내에서 뛸 때보다 더 자신 있게 볼을 던졌다.

지난해 팬 투표 4위를 기록했던 임창용은 올해 1차 중간집계에서 선두로 나섰다. 투표 막바지에는 일본 선수들에게 표가 몰리는 게 보통이지만 임창용은 오히려 4만 표 가까운 차이로 재역전에 성공했다.

◆일본 야구팬들, 임창용에게 반해=일본 입장에서 보면 임창용은 마이너 구단의 외국인 선수일 뿐이다. 그럼에도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이유는 기량과 상품성을 모두 갖췄기 때문이다.

임창용은 29일 현재 2승 2홀드 18세이브로 센트럴리그 구원 3위에 올라 있다. 순위는 조금 밀려 있지만 내용적으로 그는 일본 최고의 마무리 투수다. 임창용은 올 시즌 30경기에서 평균자책점 0.00을 기록했다. 그래서 ‘미스터 제로’라는 애칭을 일본 팬들로부터 얻고 있다. 5월 15, 16일 한신전에서는 일본 프로야구 역대 2위에 해당하는 시속 160㎞ 강속구를 연달아 뿜어냈다. 일본 팬들이 열광하고 있고, 최근에는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까지 군침을 삼키고 있다. 또 준수한 외모에 빈틈없는 이미지도 임창용의 인기 요인이다.

한편 이승엽은 센트럴리그 1루수 부문에서 20만1791표를 얻어 2위에 올랐다. 구리하라 겐타(히로시마·44만1840표)가 팬 투표 1위이지만 감독 추천을 받는다면 이승엽에게도 올스타전 출장 기회가 올 수 있다.

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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