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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금호의 대우건설 매각 계기로 구조조정 박차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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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금호아시아나 그룹이 지난 2006년 인수한 대우건설을 공개 매각하기로 함에 따라 대기업 구조조정의 속도가 한층 빨라지게 됐다. 금호아시아나 그룹은 그동안 새로운 투자자를 유치해 대우건설 인수 당시 재무적 투자자와 약속한 이른바 풋백옵션의 부담을 덜고 경영을 정상화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방안이 오히려 부채 부담을 늘려 그룹 전체의 재무건전성을 해칠 것이란 판단에 따라 미련 없이 대우건설을 내놓기로 한 것이다. 금호아시아나 그룹이 당초 새 투자자를 유치하기로 했던 기한을 앞당겨 이같이 특단의 결정을 내린 것은 해당 그룹뿐만 아니라 현재 진행 중인 다른 대기업 구조조정 작업에도 적지 않은 긍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사실 금호아시아나 그룹이 어렵사리 인수한 대우건설의 경영권을 내놓기로 한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다. 대우건설은 금호아시아나 그룹이 한 단계 도약을 위해 야심 차게 시도한 첫 기업인수합병(M&A)의 결실이자 지금은 그룹의 핵심 계열사가 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금호아시아나 그룹이 대우건설의 경영권을 유지하면서 재무건전성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백방으로 찾아온 이유다. 그러나 결국 대우건설과 그룹을 모두 살릴 수 있는 묘책이 없다는 판단이 서자 알토란 같은 핵심 계열사를 처분해 그룹을 살리기로 한 것이다.

구조조정에는 어차피 고통이 따를 수밖에 없다. 수족을 잘라내는 고통을 감수하고 몸통을 살리자는 게 구조조정의 요체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금호아시아나 그룹의 대우건설 매각 결정은 대기업 구조조정의 모범사례로 꼽힐 만하다. 우리는 대우건설의 매각작업이 원만하고도 신속하게 진행돼 금호아시아나 그룹이 재도약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그동안 대기업 구조조정 가운데 큰 몫을 차지했던 금호아시아나 그룹의 구조조정 방안이 확정됨에 따라 지난달 이미 채권단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은 9개 그룹 가운데 GM대우를 제외한 7개 그룹의 구조조정 작업도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가장 손실부담이 큰 금호아시아나 그룹이 과감한 결단을 내린 만큼 다른 그룹들이 세부조건을 놓고 머뭇거릴 여지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대기업들이 솔선해 구조조정을 앞당겨야 경기 회복도 빨라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