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 계열사 주가 아직 안갯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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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대우건설엔 일단 호재, 금호아시아나그룹엔 물음표. 28일 발표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대우건설 매각 결정에 대한 주식시장의 반응이다. 대우건설은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 벗어난다는 것만으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이와 달리 금호아시아나그룹은 한숨 돌렸지만 앞으로 손실액이 얼마나 될지 불분명하다.

29일 대우건설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900원(7%) 오른 1만375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지난해 9월 29일 이후 9개월 만에 최고치다.

이날 각 증권사는 대우건설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대신증권 조윤호 연구원는 “재매각에 따른 인수합병(M&A) 프리미엄이 붙을 수 있고, 보유하고 있는 대한통운 지분(23.95%)도 팔아 현금화할 수 있다”며 목표주가를 1만2850원에서 1만5800원으로 높였다. 하나대투증권 조주형 연구원도 “대우건설이 금호산업의 자회사로 편입된 뒤 대우빌딩 매각과 유상감자 등으로 기업가치가 하락했다”며 “재매각된다면 기업가치가 지금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목표주가도 1만2850원에서 1만6500원으로 조정했다.

하지만 주가가 오르는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삼성증권 허문욱 연구원은 “매각 규모 결정과 대한통운 지분 정리 등 남은 이슈가 많아 실제 매각까지는 산 넘어 산”이라며 “앞으로 나올 뉴스에 따라 주가의 굴곡이 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며칠간 대우건설 주식을 매입했던 기관이 29일엔 순매도로 돌아선 것도 이러한 우려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자금력이 탄탄하고 시너지 효과를 낼 만한 대주주가 나서느냐가 주가의 가장 큰 변수다. 푸르덴셜투자증권 박형렬 연구원은 “대우건설이 다른 기업이 아닌 산업은행의 사모투자펀드(PEF)로 팔린다면 주가의 상승폭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주는 29일 장 초반 급등세를 보이다 오후 들어 약세로 돌아섰다. 대우건설의 최대주주인 금호산업의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14.91% 급락한 1만3700원을 기록했다. 금호석유화학(-2.07%)과 아시아나항공(-0.14%), 금호종금(-2.37%) 주가도 하락했다.

동부증권 변재희 연구원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풋백옵션 위험을 장기적으로 끌고 가지 않게 됐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며 “하지만 장부가보다 싸게 대우건설을 팔기 때문에 매각에 따른 손실이 2조~3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UBS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 보유지분 32.5%를 주당 1만4500원에 팔 경우 손실 규모는 2조원에 달한다. 재무적 투자자(FI)의 보유지분까지 모두 팔면 손실금액은 4조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대신증권 조 연구원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 매각 결정으로 가장 급한 문제를 일차적으로는 해결하게 됐지만 매각 손실이 얼마나 될지, 매각 대상은 어디인지 아직 알 수 없어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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