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거부·전산망교란 등 퇴출은행 직원들'윤리 실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해도 너무 한다. " 퇴출은행 직원들의 집단 반발과 금융당국의 준비 부족 속에 금융시스템이 이틀째 마비상태다.

5개 퇴출은행들의 예금인출은 물론 당좌거래나 무역금융 등 중요한 업무가 일체 중단되면서 국민만 애꿎은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충분한 사전대비책을 마련하지 못한 정부와, 국민의 불편을 담보로 업무를 방해하고 무리한 요구를 하는 퇴출은행 직원들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일부 퇴출은행 직원들의 출근 거부.전산망 암호 교체.중요 서류 파기 등 조직적 반발은 '직업윤리' 를 저버린 것으로 사법 당국의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금융노련 (위원장 秋園曙) 은 30일 개별적 협상을 거부하는 것은 물론 전산요원 소재에 대해선 노조대표 외에 누구도 알 수 없게 관리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대동은행 노조원들은 "인수은행이 우리 전산요원의 협조없이 독자적으로 전산망의 몇 단계에 걸친 암호를 해독, 정상가동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2~3개월이 걸릴 것" 이라고 말했다.

대동은행을 인수하는 신한은행은 금고의 열쇠와 비밀번호, 전산망 운영체계 등을 아는 요원의 도움이 없어 업무진행을 중지한 상태다.

하나은행도 충청은행의 전산망이 IBM이 특별 제작한 것이어 전산요원의 도움이 없으면 사실상 해독 불가능한 상태라고 밝혔다.

또 대동은행 본점내 직원들의 개인용 컴퓨터 (PC) 내 저장돼 있던 업무요령.예금업무지침 등 개인 문서들은 모두 삭제돼 있었으며, 동남은행 광화문지점 등 일부 지점에서는 입출금 업무에 필수적인 단말기가 모두 사라졌다. 또 중요 서류도 상당수 파기돼 충청은행 본점에서는 수백종의 서류가 파쇄됐으며, 동남은행 서울사무소 자금부 종이파쇄기에도 대량으로 서류가 폐기된 흔적이 남아있었다.

경기은행 인천시 지점들에서는 직원 책상 서랍 안에서 수표가 무더기로 발견되기도 했다. 퇴출은행 노조원들의 무리한 요구도 문제다.

동화은행 노조는 이날 인수은행인 신한은행에 ^명예퇴직에 준한 퇴직처리^최소한 과장급 이하 고용^희망퇴직자에 대해선 18~24개월 통산임금을 줄 것 등을 요구했다.

서울대 최도성 (崔道成.경영대) 교수는 "아픔은 이해하지만 국민의 재산인 은행을 파손한다거나 전산망 가동을 방해하는 등의 행위는 국민된 도리나 직업인의 윤리를 가지고 있는지 의심스러운 일이다.

이는 앞으로 보호받을 권리를 포기하는 것" 이라고 말했다.

경실련 정책실 조양호 (曺暘昊) 간사도 "권리주장은 이해하지만 시민과 기업의 피해가 명약관화한 방식을 고수하는 것은 상식에도 어긋난다" 고 밝혔다.

경제1부.사회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