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덕기 시장]39년 '서울시 맨' 30일 마지막 근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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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오면 가기 마련이고, 있다가 없어지는게 세상사의 순리다. 가거나 없어지는 것을 서운해하지 말자. 사람은 떠나도 서울시 행정은 단 한순간도 멈춰서는 안된다. " 30일 퇴임하는 강덕기 (姜德基) 서울시장직무대리가 29일 오전 마지막 간부회의를 주재하면서 39년 동안의 '서울시 맨' 으로서 느낀 소회를 선승 (禪僧) 의 화두같은 어법으로 표현했다.

지난해 9월 조순 (趙淳) 당시 시장의 갑작스런 퇴임 이후 시장직을 수행해오며 호통과 질책으로 간부들을 독려해온 姜시장이었지만 이날 만큼은 "고생 많았다" 는 따뜻한 말로 간부들을 위로했다.

경남진주 출생으로 부산대법대를 졸업한 뒤 고등고시를 준비하던 그가 말단 지방직 서기로 서울시에 첫발을 내디딘 건 59년 11월. 이후 용산.강동.성동.동작구청장과 지하철본부차장.상수도본부장.내무국장.기획관리실장.행정1부시장 등을 두루 거치며 서울시의 '산증인' 이 돼왔다.

특히 도시기반시설도 안 갖추고 추진된 필동 일대 시범아파트 건립계획을 철회킨 일 때문에 '강도끼' 라는 별명을 얻은 유명한 일화도 있다.

"고뇌의 시간도 일화도 많았다" 는 그는 지하철 2.3.4호선 건설 당시 수천억원대의 지하공간 보상비 문제를 일거에 해소시킨 '지하철건설촉진법안' 의 초안을 마련토록 한게 공직생활 최고의 보람으로 꼽았다.

16대 구자춘 (具滋春) 시장등 소신과 추진력을 갖춘 선후배를 존경한다는 姜시장은 "현장확인에 바탕을 둔 판단과 조치만이 정확한 행정으로 이어진다" 는 소신에 따라 마지막까지 현장을 챙겼다.

최근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과 이례적인 독대를 한 姜시장은 퇴임후의 거취에 대해 "일단 고향으로 내려가 부모님 선영에 성묘한뒤 당분간 쉬고싶다.

정치활동은 아직 생각하지 않았다" 고 말했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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