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은행]퇴직금 520억 개인계좌에 미리 챙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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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퇴출은행 인수작업이 난항이다. 인수은행들은 이날 인수팀을 퇴출은행 본.지점에 보냈으나 출근거부.전산망 암호교체.금고열쇠 감추기.전산망 끊기 등 퇴출은행 직원들의 조직적 반발에 부닥쳐 인수작업에 차질을 빚었다.

◇인수 방해 = 서울종로구적선동 동화은행 본점에서는 28일 오후부터 전국에서 모인 직원 1천여명이 출입문을 막고 신한은행 인수팀 1백40여명의 출입을 막았다.

전산실 직원 50여명은 29일 오전2시쯤 입금내용이 적힌 전산자료 등을 담은 박스 20여개와 각 지점 금고.출입문 열쇠를 챙겨 잠적, 본점과 전국 1백23개 지점.출장소의 업무가 마비됐다.

노조측은 "고용승계를 보장하는 가시적인 대안이 있어야 인수작업에 협조하겠다" 고 밝혔다.

대전시중구오류동 충청은행 본점에는 29일 오전7시 하나은행과 금융감독위원회 인수팀이 도착했지만 전산실 문이 잠겨있었고 직원들은 전원 사직서를 제출한 채 출근하지 않았다.

이에 앞서 충청은행 임직원들은 28일 밤 직원 1천4백75명의 퇴직금과 3월 반납 급여 등 5백20억원을 개인별 계좌에 입금시켰다.

이 은행 일부 지점에서는 본점과 연결된 전산망이 끊기고 컴퓨터의 파워버튼이 망가지기도 했다.

충청은행 인천지점 孟도재 (38) 대리는 29일 오전 퇴출에 불만을 품고 자신의 승용차를 지점 출입문으로 몰아 경비경찰에게 상처를 입혔다.

인천시남동구구월동 경기은행 본점 직원들은 전날 밤 전산시스템을 꺼놓고 시스템 작동 암호까지 바꿔버린 채 전원 출근하지 않았다.

부산시동구범일동 동남은행과 대구시수성구중동 대동은행 본점에선 주택.국민은행 인수팀이 오전7시쯤 마찰없이 금고와 전산실을 접수했으나 직원들의 협조거부로 인수작업은 이뤄지지 않았다.

대동은행 대구.부산.대전지역 노조원 1천여명은 서울 명동성당에서 농성에 들어갔다.

◇고객 불편 = 이날 오전 동화은행 상계동지점을 찾은 김귀자 (金貴子.44.여.피아노학원 운영) 씨는 굳게 닫힌 문앞에서 "재산세.아파트관리비 등을 납부해야 하는데 돈을 찾지 못해 연체료를 물어야 할 형편" 이라고 말했다.

경기은행 본점을 찾았다가 허탕친 인천시남구도화동 세광기계 대표 金정일 (48) 씨는 "30일 만기인 어음 7백50만원을 막아야 하는데 업무가 정지돼 큰일났다" 고 발을 굴렀다.

◇인수은행 = 퇴출은행 직원들의 반발로 정상적인 인수가 어렵다고 보고 금감위 등 정부당국의 후속조치만을 기다리며 손을 놓고 있는 상태. 동남은행을 인수하는 주택은행측 인수팀은 동남은행 직원들이 전산실을 잠근 채 열쇠를 갖고 사라져 전산망 가동을 포기하고 이날 하루종일 고객 전화문의에만 응했다.

주택은행 관계자는 동남은행측과 협상을 모색중이지만 본격적인 인수가 이뤄지려면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전했다.

사회부.전국부.경제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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