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한인 광고회사, 국제광고제 돌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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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한국인이 대표로 있는 미국 뉴욕의 작은 광고회사가 작품 하나로 올해 5대 국제광고제에서 12개의 상을 휩쓰는 기염을 토했다. 미국 광고회사 ‘빅앤트’는 27일 뉴욕페스티벌 광고제의 옥외광고 부문에서 그랑프리를 비롯, 3개 부문의 상을 받았다.

수상작은 지난해 12월 뉴욕과 워싱턴 일대에 설치한 반전 포스터 ‘뿌린 대로 거두리라(What goes around comes around)’. 가로로 긴 형태로 한 번 둘러 기둥을 감는 형식으로, 총을 겨누고 있는 군인의 총구가 기둥을 감고 돌아와 자신을 겨누는 참신한 발상이 돋보인다. 미국의 한 반전단체를 후원하기 위해 제작된 이 작품은 이미 원쇼·클리오·D&AD·칸 광고제에서 9개의 상을 받았다.

빅앤트의 박서원(31·사진) 대표는 단국대 경영학과를 자퇴한 뒤 2000년 미국에 건너가 미시간대 경영대에 다니던 중 광고에 흥미를 느껴 27세인 2005년 ‘뉴욕 스쿨 오브 비주얼 아트’로 옮겼다. 미술 공부를 전혀 해 본 적이 없는 그는 교수들이 내주는 숙제 양의 열 배 이상을 해 가며 공부에 몰두했다. 재학 2학년 때인 2006년 빅앤트를 설립해 ‘실전’에 뛰어들었다. 이 회사에는 한국·미국·프랑스·중국인 등 10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모두 20대 중반~30대 초반의 젊은이로, ‘뉴욕 스쿨 오브 비주얼 아트’ 출신들이 다수여서 끈끈한 친밀감을 강점으로 한다.

빅앤트에서 제작한 반전 포스터. 국제 5대 광고제에서 12개 상을 받았다.

박 대표는 “광고주의 의뢰를 받고 제작에 들어가는 여느 회사와 달리 우리는 먼저 아이디어를 내놓고 이를 받아 줄 만한 광고주를 찾아간다”고 말했다. 제작진 스스로 ‘이런 거 해 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야 제대로 된 작품이 나온다는 소신 때문이다. 앞으로도 창의력을 중시하는 이런 제작 방식을 고수할 예정이다. 박 대표는 “앞으로 중국·유럽·인도 등에도 사무실을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무실당 인원은 10명 이내로 제한한다는 방침이다. 박 대표는 “ 소수 정예로 구성된 특수부대 스타일의 광고제작팀을 세계 여러 곳에 만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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