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잠수정]'침투'규정한뒤 말 아끼는 DJ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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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은 26일 북한 잠수정 침투사건에 대해 말을 아꼈다.

아침 일찍 임동원 외교안보수석으로부터 상황보고를 받고 "침투로 규정한다.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에서 대책을 마련하라" 고 지시한 게 전부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들도 조심스러워졌다.

이날 만큼은 대북정책의 기조인 '햇볕론' 이란 단어도 잘 나오지 않았다.

林수석은 "침투사건으로 드러났는데 금강산 개발계획을 예정대로 승인하느냐" 는 기자들의 물음에 "상황을 더 두고보자" 고 답변했다.

박지원 (朴智元) 대변인도 금강산 개발사업 등의 속도조절 여부에 대한 질문을 받고 "그런 문제를 얘기할 단계가 아니다" 고 대꾸했다.

이런 반응은 북한 잠수정이 침투목적으로 영해를 침범했음이 명백하게 드러난 상황과 그에 따른 국민감정을 의식한 것으로 분석된다.

林수석은 "金대통령의 대북 3원칙중 첫째 (대남 무력도발 불용) 와 셋째 (남북교류.협력 확대)가 상충될 때 어떤 쪽이 우선이냐" 는 물음에 "당연히 첫째" 라고 대답했다.

그렇다고 해서 청와대가 강경입장으로 돌아선 것은 아니다.

잠수정 사건이 '침투도발' 로 규정됐음에도 우선 군사적 차원에서 대응한다는 원칙엔 변함이 없다고 林수석은 밝혔다.

林수석은 "과거 정전협정 위반사건은 군사정전위에서 다뤄왔으므로 이번에도 정전위 역할을 대신하는 판문점 장성급회담에서 논의할 것" 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처럼 과잉반응으로 긴장을 조성할 필요는 없다" 고도 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햇볕정책은 계속 유지될 걸로 본다.

하지만 그 속도나 폭은 북한측 태도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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