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임시국회 첫날 문 열자는 한나라 … 문 닫자는 민주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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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임시국회 첫날인 26일 국회 본회의장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개최했음을 알리는 행사도, 회의도 없었다. 대신 여야는 따로 의원총회를 열고 “준법국회 열자”(한나라당), “단독국회 막자”(민주당)라는 구호를 외치며 각자의 의지를 다졌다.

임시국회 첫날인 26일 여야 지도부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왼쪽 사진 앞)와 소속 의원들이 국회 예결위 회의장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안상수 원내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비슷한 시각 국회 본회의장 앞 로비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민주당 정세균 대표(오른쪽 사진·左)와 이강래 원내대표(右)가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강경 드라이브 건 한나라당=한나라당은 이날 선진당·친박연대·무소속 의원들과 함께 29일 본회의를 소집하는 요구서를 제출했다. 비정규직법 개정안을 처리하기 위해서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30일에는 정부로 넘겨서 국무회의 의결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29일 통과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상임위도 선진당·친박연대·무소속 의원들과 연대해 29일부터 열기로 했다. 이날 한나라당 의원총회는 격앙된 분위기였다. 박희태 대표는 “더 이상 인내하는 것은 미덕이 아니라 유약함이고 진군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이제 진군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안 원내대표도 민주당을 향해 “국회 열자는 당 보고 의회 독재라고 하는 분들이 국회의원 자격이 있느냐”고 비판했다. 의원들은 안 원내대표가 연설하는 동안 다섯 차례나 박수를 보냈다.

◆비상대기령 내린 민주당= 민주당은 민주노동당·창조한국당·진보신당과 연대해 미디어법 처리를 저지하기 위한 여론전에 나섰다. 야 4당은 이날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강래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이 의석 수만 믿고 힘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한다면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야 4당이 똘똘 뭉쳐 언론 악법을 기필코 저지하겠다”고 말했다. 소속 의원들에겐 주말 비상대기령도 내려졌다. 한나라당이 강행 처리를 시도할 경우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민주당 내엔 미디어법이 강행 처리될 경우 “장외로 나가는 것 외에 길이 있겠느냐”(수도권 재선 의원)는 공감대가 흐른다. 그러나 장외투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3선 의원은 “휴가철에 장외로 나가 얼마나 호응을 받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회창-정세균의 만남=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는 이날 민주당 정세균 대표와 서울 여의도 63빌딩의 한 음식점에서 비공개 오찬 회동을 했다. 선진당 관계자는 이 자리가 이 총재의 제안으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국회 개회를 위한 합의를 이룰 기미가 안 보이자 답답한 마음에 정 대표를 만난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미디어법 처리를 놓고 입장 차를 드러냈다. 정 대표가 “미디어법 처리를 9월 정기국회 이후로 미루도록 도와 달라”고 하자 이 총재는 “3월 2일 여야 합의 정신을 존중해 6월 국회에 처리해야 한다”는 원칙론을 내세웠다고 한다.

29일 예정된 본회의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한나라당이 일방적으로 강행하면 들어갈 수 없다”고 했으나 이 총재는 “시급한 비정규직법 처리를 위해서라도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글=백일현·선승혜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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