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미군 모시기'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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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아시아를 떠났던 미군들이 돌아오고 있다.

필리핀은 올해부터 미군의 기항을 허용, 중단됐던 미국과의 합동훈련을 재개하기로 했다. 싱가포르는 미군함정들을 수용할 수 있는 새 부두를 2000년에 완공한다는 목표로 건설중이다.

또 중국은 그동안 미군의 아시아 주둔을 반대하던 데서 최근 찬성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꿨다.

이같은 변화는 ^아시아 각국 정부가 장기화되는 경제위기를 안보 불안요인으로 판단하고^미군주둔에 따른 경제적 이득이 적지 않다는 면에서 비롯된 것이다.

'미군 모시기' 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는 나라는 필리핀이다.

필리핀 정부는 지난 96년말 이후 1년 이상 중단됐던 미국과의 합동군사훈련을 재개하는 데 필요한 방문군협정안 (VFA) 을 지난 2월 승인했다.

상원의 승인을 앞두고 있는 이 법안은 작전중에 저질러진 미군범죄는 미국 법원이 처벌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정식 법률로 확정될 경우 양국간의 군사협력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그동안 양국은 미군 범죄에 대한 재판관할권을 두고 대립해왔다.

법안은 또 핵무기를 탑재한 미군 함정의 필리핀 기항을 사실상 묵인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두나라의 군사협력관계가 92년 수비크만 기지 폐쇄 이후 어느때보다 긴밀해지고 있는 것이다.

싱가포르의 토니 탄 국방장관은 지난 1월 아시아를 순방중인 윌리엄 코언 미 국방장관에게 3천5백만달러를 들여 건설중인 새 해군기지를 미군에 개방할 것을 약속했다.

탄 장관은 "경제위기로 인해 안보상황이 변한 것이 기지개방의 이유" 라며 새 기지는 그동안 덩치가 커 해상에 정박해야 했던 미군의 항공모함.잠수함 등도 수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중국의 입장변화도 곳곳에서 느껴진다.

우선 기회 있을 때마다 등장하던 미군에 대한 중국의 비난이 최근 자취를 감췄다.

오히려 경제위기가 본격화되던 지난해 9월부터는 중국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이 미군주둔 '반대에서 용인' 으로 바뀌었다.

이같은 변화는 미국이 받아들일 가능성이 희박한 미군철수 주장이 가뜩이나 불안한 상태의 주변국들을 자극,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도네시아는 한때 정권의 안전이 위태로운 무정부상태로까지 발전했었다.

중국은 미국의 초청에 따라 다음달 실시되는 환태평양 합동훈련 (RIMPAC)에 처음으로 시찰단을 파견할 예정이기도 하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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