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각료이사회 폐막] “녹색산업, 경제회복 위한 신성장동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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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에서 사흘간 열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각료 이사회가 25일 막을 내렸다. 한국이 의장국을 맡은 이번 회의에서 회원국들은 세계 경제 전망과 경기 회복 방안을 논의했다. 이사회는 그 결과물로 한국 정부가 제안한 ‘녹색성장 선언문’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한승수 국무총리(右)가 25일 프랑스 파리에서 폐막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각료 이사회에서 ‘녹색성장 선언문’ 채택 등 회의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파리=연합뉴스]


◆코펜하겐 환경회의에 영향 미칠 듯=OECD 각료 이사회는 25일 8개 항목으로 구성된 녹색성장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사회는 선언문에서 “현재의 경제위기 대응 방안으로 녹색성장 전략 추구 노력을 강화하겠다”고 합의했다. 이를 위해 녹색투자와 천연자원의 지속가능한 관리를 촉진할 것, 민간 부문이 친환경으로 체질 개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 등을 결의했다. 또 화석연료 사용에 대한 보조금 지급 등 녹색성장을 저해하는 정책들은 폐지하도록 각국 정부가 개혁에 나서기로 했다.

앙헬 구리아 OECD 사무총장은 “한국 정부가 자국 경기 부양책의 80%가 녹색성장에 집중돼 있다는 점 등을 회원국들에 잘 알려 지지를 이끌어 냈다”고 말했다.

이번 녹색 선언문은 12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환경회의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코펜하겐 회의는 포스트 교토 체제를 논의하는 자리다. 이번 회의에서 구체적인 이산화탄소 배출 제한 등 규제 사항은 두지 않았지만 선언적인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우선 중국과 인도 및 동유럽 국가들에 압박이 될 수 있다. 중국과 인도는 오염물질 최대 배출국이면서 서유럽이 주도해 온 환경친화 정책에 브레이크를 걸어 왔기 때문이다. 친환경이 돈만 많이 드는 게 아니라 이들 국가에 또 다른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리의 예를 통해 제시한 것도 신흥개발국에 자극이 될 것이라는 게 회원국들의 의견이다.

◆회담 주도한 한국, 외교 역량 과시=의장국인 우리 정부는 이번 이사회를 통해 적지 않은 성과를 챙겼다. 우리 정부가 세계 주요국이 모여 공통의 관심사인 경기 회복이란 주제를 놓고 진행하는 회의를 주재했다는 점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세계 경기 회복 방안을 논의했다는 점에서 이번 이사회는 4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다음 달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G8 정상회의의 연결고리라고 볼 수 있다.

우리 정부가 녹색성장이라는 해법을 제시하고 이에 대한 각국의 지지와 동의를 이끌었다는 점은 더욱 평가받을 만하다. 각료 이사회가 선언문을 채택하기 위해서는 30개 회원국의 만장일치 동의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2001년 이후에는 선언문이 나온 일이 없다. 더구나 각국의 서로 다른 산업 구조 때문에 민감한 녹색성장이라는 주제를 놓고 30개국이 한목소리를 냈다는 점은 더욱 주목할 가치가 있다.

파리=전진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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