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예술과 뜨거운 포옹 … 분야간 장벽 없애고 융합에 새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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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23일 서울 신문로 금호아트홀에서 열린 제5회 과학문화융합포럼(이사장 김우식·사진)은 과학과 예술이 뜨겁게 포옹하는 자리였다. 과학기술인은 예술을, 예술인은 과학기술을 이해하고 상상력을 서로 교환했다. 과학과 예술 사이에 높게만 쳐진 것 같았던 장벽은 이 자리에서만큼은 어느 새 녹아내려 버렸다.

발레 공연이 있는가 하면 시 낭송, 과학으로 보는 영화에 대한 강연, 곧 열릴 ‘인천 국제 디지털아트 페스티벌’ 작품이 소개됐다.

김긍수 발레단의 공연이 포럼 앞머리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발레리나들이 ‘파 드 캬트르’ ‘빈사의 백조’ ‘엇갈린 사랑’ 등 세 작품을 잇따라 공연하자 관람객들은 그 작품 속으로 빠져들어갔다. ‘파 드 캬트르’ 공연 때는 4명의 발레리나가 잠자리 날개 같은 발레복을 입고 무대를 수놓자 포럼장 전체가 환해지는 느낌이었다.

유자효 시인은 ‘인생’ ‘개’ ‘안국역에서 교대역까지’ ‘히말라야 사람들’ ‘어디일까요’ 등의 자작시를 낭송했다.

발레 공연과 시 낭송이 끝나자 이번에는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정재승 교수의 ‘영화 속의 과학’ 강연이 이어졌다. 그는 영화의 발전과 과학의 발전이 함께 가고 있는 현장을 영화 장면을 보여주며 청중을 사로잡았다. 소프트웨어 ‘포토샵’이 영화 제작 부산물로 나온 것이며, 영화 ‘투모로우’ 속의 해일이 물 한 방울 사용하지 않고 컴퓨터 그래픽으로 제작한다는 사실들을 소개했다.

 과학문화융합포럼은 매번 프로그램 내용이 바뀌지만 이번처럼 과학과 예술이 한 공간 속에 숨쉬고, 청중과 함께하도록 꾸며져 왔다. 지난해 6월 첫 포럼에서는 관객들이 물 속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 컴퓨터 그래픽 작품이 선보였고, 지난해 10월 두 번째 포럼에서는 ‘예술과 인문학의 영감으로 만들어진 과학’ ‘기술에 의해 매개된 예술의 소통’ 등 다양한 강연과 예술 작품이 전시됐었다.

포럼은 횟수를 거듭하면서 이제 과학과 예술의 융합을 추구하는 대표적인 포럼으로 자리를 잡았다. 포럼은 지난해 6월 김우식 전 과기부총리의 주도로 창립됐으며, 현재 그가 이사장을, 박영일 이화여대 교수와 이명옥 사비나미술관장이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김우식 이사장은 “과학문화융합포럼이 과학기술과 인문 사회, 문화, 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고 분야 간 융합의 바람을 일으키는 데 자극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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